“택시운전 10년 만에 이런 불황은 처음입니다”
29일 오후 제주지 화북동 소재 한 택시회사 차고 겸 사무실.
사무실의 한쪽 벽에는 ‘과속.음주 운전은 절대 금지. 항상 가족을 생각고 안전운전을 합시다’라는 공고문이 붙어있었다.
이 택시회사에서 ‘베테랑’기사로 소문난 안 모 씨(45)가 하소연을 털어놨다.
“하루 450~500㎞를 뛰어야 18만원 정도 수중에 들어 오는데 이 정도는 벌어야 사납금을 채울 수 있다”면서 “실제 사납금을 채우는 기사들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안씨는 또 “현재 제주지역 대부분 회사택시들이 13만원 안팎에서 기사들로부터 사납금을 받고 있는데 솔직히 요즘은 손님을 태우기가 하늘에 별따기 보다 어렵다”며“실제 요즘 낮 시간 제주시내에 손님을 싣고 달리는 택시가 몇 대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안씨는 최근 직장을 잃었거나 명퇴한 회사원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좌절한 인생들이 생계를 위해 혹은 재기를 노리면서 택시 핸들을 잡아보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최소한의 희망’도 품어보지 못한 채 택시업계의 불황에 묻혀 또 다른 좌절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택시업계가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다.
웬만한 가정이면 자가용을 갖고 있는데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 역시 웬만하면 렌터카에 의지하면서 상대적으로 영업용 택시 이용객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경기침체로 시민들의 호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웬만한 거리는 버스로 다니는 습관이 시민들 사이에 보편화 되는 것도 택시 이용객이 줄어드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매년 택시 대수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밤 시간대에 제주시 지역에서는 최소 200여명의 ‘대리운전 기사’들이 활동을 하는 것도 영업용 택시업계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한편 이처럼 택시업계가 경영난을 맞으면서 올 들어 제주시내 21개사의 1080대 영업용 택시 가운데 37대가 영업을 하지 않은 채 차량을 세워 놔두겠다는 ‘휴지(休止) 신청서’를 제주시에 접수시켰다.
영업용 택시가 휴지신청서를 접수시킬 경우 해당 차량에 대해서는 휴지기간 동안 자동차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며 또 이 기간 동안 자동차세 등이 감면된다.
제주시는 영업용 택시업계의 이 같은 침체를 비롯해 관내 운수업계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관내 택시 및 시내버스와 전세버스 렌터카 화물차량 대표와 종사자 등이 참석하는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추진키로 했다.
제주시는 운수업계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 운서업체의 경영개선과 구조조정 등의 활로를 모색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