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서로 공모 안 하면 범죄 안 된다"
피고인들이 범죄에 공동 가공해 공동으로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이 없었다면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에게는 정치자금법 위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국회의원이 기부 한도 이상의 후원금을 받았다 하더라도 해당 국회의원과 기부자가 사전에 그만큼 주고 받기로 공모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어서 눈길을 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강상욱 부장판사)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국회 김우남 의원(55.민주당.제주시 을)에게 “(골프장 업자인) 김 모씨(50)와 공모해 후원금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기부 한도가 넘는 후원금을 기부한 업자 김 씨에게는 유죄를 인정,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김 의원은 2006년 11월 김 씨에게 500만원 짜리로 3~4개만 도와 달라는 취지로 부탁해 후원인이 한 명의 국회의원 후원회에 연간 기부할 수 있는 한도액 500만원을 초과한 2000만원을 받은 혐의와, 2007년 12월 “올해도 지난 해 정도로 도와 달라”고 부탁해 회사 임원 등 4명의 이름으로 2000만원을 후원회로 송금받은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의원이 어떤 말로 김 씨에게 후원금을 요청했는지에 대한 김 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김 씨의 진술 만으로는 한도 초과 후원금(2차례)을 기부할 때까지 피고인들 사이에 범죄에 공동 가공해 이를 공동으로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검찰의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김 의원의 사전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치자금을 준 김 씨에 대해선 “타인 명의 기부, 한도 초과 기부 등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달 5일 김 의원에게 의원직 상실형(벌금 100만원 이상)에 해당하는 벌금 400만원을 구형했다.
한편 김주선 제주지검 차장검사는 23일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항소할 경우 항소심도 후원금을 주고 받는 과정의 사전 공모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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