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법, "안전조치했더라도 동일 결과 가능성" 판단
한 밤에 공사장 도로를 통행하다가 절개지로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 안전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건설관리 관계자들이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특히 “안전조치를 했더라도 동일한 결과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된 판결이 눈길을 끈다.
제주지법 형사3단독 하상제 판사는 지난 2일 업무상 과실치사,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김 모 피고인(47)과 강 모 피고인(46)에게 각각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제주시 아라동 등 일대 첨단과학단지 부지 조성공사의 건설관리를 맡은 모 관리공사 소속 건설사업 책임자인 김 씨와 진입로 공사를 시공 중인 모 건설 현장소장인 강 씨는 지난 해 7월19일 오전 1시께 술을 마신 상태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박 모씨(23)가 이곳 도로를 통행하다가 도로 끝 지점의 절개지 부분으로 추락해 숨지고, 동승한 이 모씨(22)가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업무상과실(주의의무 위반) 자체가 없었다거나, 위 과실과 이 사건 사고(내지 피해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까지는 볼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고의 1차적 책임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한 피해자 박 씨에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 판사는 이어 “그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가사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의 안전조치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과연 이 사건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거나 피해 정도를 줄일 수 있었는지도 다소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판시했다.
더욱이 “(안전조치를 확보했더라도) 역시 동일한 결과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결 부분이 유독 눈길을 끈다.
이 판결과 관련, 한 시민은 “안전조치를 잘 해도 한 밤 중에 술을 마시고 도로 공사장에 오토바이 등 차량을 운전하면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의한 판결로 해석된다”며 “하지만 안전시설을 제대로 설치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 또한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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