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나와 같은 연배 친구들과 오름을 오르면서 말한 스토리텔링(story telling) 내용이다. 동행하는 한 친구의 옆집 선배가 며느리하고 기 싸움을 한 말을 아주 재미있게 했다. 옆집 선배는 40대 며느리가 한창 입을만한 새 옷들을 과수원 관리창고에 가지고 가서 버리면 시아버지인 옆집 선배는 입을만한 새 옷을 버리면 죄를 짓는 일이라며, 과수원에 가서 버린 옷을 며느리 몰래 집으로 가져 오며는 며느리는 시아버지 몰래 다시과수원에 가져가는 싸움을 벌인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생각은 각자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에 잘못이 없고 당연 한 것이다.
시아버지와 40대 며느리 간에 이 기싸움이 일 년을 더 지속되어 옆집이웃들이 다 알게 되었다는 말이다.
나는 이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세대 간의 싸움이고 세대 간의 갈등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대 간의 갈등은 십중팔구는 구세대가 잘못하는 싸움이다. 구세대 즉 그 시아버지는 시대의 변화를 모르고 과거농경시대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옷도 이제는 새것이라고 좋아하는 시대는 지나버린 지금이다. 감성으로 옷을 입는 시대다. 무릎에 구멍 난 청바지가 새것보다 더 비싸다. 그러니 지금시대에 맞지 않는 새 옷은 감성이 없고, 감성이 없으면 쓰레기 옷이다. 21세기는 ‘감성의 시대’라고 한다. 19세기 산업시대와 20세기 지식정보 시대를 거쳐 오늘날 감성은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 국가의 경쟁력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경제도 마찬가지여서 ‘생산과 소비’의 양태,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는 이전 시대와 전혀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소비를 하는 동기 중에 감성의 최고 가치다.
과거 먹고 사는 데만 만족하던 시대에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당연시됐지만,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삶의 질을 중시하면서 문화를 향유하고 싶어 하고, 감성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격이나 기능 위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심미적, 감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우선하는 것이다.
넘쳐나는 제품과 정보들 속에서 소비자가 그러한 선택을 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감성문화’다. 감성문화가 체화된 제품, 문화기업의 생산품이라는 인식, 국가 브랜드를 높여 자긍심을 갖게 하는 기업이라는 인상 등, 소비자의 선택을 결정하는 감성문화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소비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기업들도 감성문화를 앞세운 감성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른바 ‘감성마케팅’이다. 기업이 문화를 매개로 고객의 감성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문화예술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제고시켜 기업을 브랜딩(branding)하는 활동(경영)을 하는 것이다.
감성마케팅은 크게 문화산업(영화, 음악, 공연, 전시 등)의 마케팅 활동을 뜻하는 ‘문화를 위한 마케팅’과 기업이 마케팅 활동에 문화 콘텐츠를 활용하는 ‘마케팅을 위한 문화’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에는 기업과 문화가 상호 호혜적 관계를 통해 이 두 가지 측면이 상호 공존하는 개념의 감성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감성마케팅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전통(행사) 마케팅, 장소(명소) 마케팅, 필랜트로피(Philanthropy)마케팅, 공익 마케팅, 예술공연 마케팅, 스포츠 마케팅 등등.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의 감성마케팅은 다양한 유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메세나(mecenat) 형태의 문화마케팅으로, 조건 없는 예술지원이나 기부로 이뤄지고 있음을 매스컴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이러한 문화ㆍ예술 지원은 소비자들에게 '문화기업'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각인시켜 이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하는 후광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마케팅전략이다.
경영전략상의 감성문화마케팅도 있다. 구성원들의 문화복지, 직무교육 등에 예술을 활용함으로써 경영자원으로서의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 여성 월간잡지 리포트에 의하면 인쇄업을 하는 한 중소업체는 임직원과 고객을 대상으로 연극, 음악회, 전시, 등산 등 문화로 소통하는 문화경영을 함으로써 이직률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매출액도 지난해 300억 원대에서 500억 원대로 늘었다고 한다.
산업화와 정보화를 넘어 기업의 무한경쟁이 펼쳐지면서 감성문화예술이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현대 문화의 세기에 개인이나, 기업의 경쟁력이 물질과 기술의 힘에서 감성과 문화의 힘으로 전이된 결과다.
유럽미래학회 자문위원이며 코펜하겐미래학연구소장인 롤프 옌센은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라는 그의 저서에서 “정보화 사회는 지났으며, 이제는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차별화의 핵심이 되는 드림소사이어티 시대가 온다”고 갈파하고 있다.<dream society 롤프옌센 저, 서정환역>
그가 말한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란 ‘문화를 파는 사회’로 해석될 수 있다. 감성 마케팅을 잘 하느냐에 따라 기업이나 개인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인이나 기업의 감성마케팅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시대에 맞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찬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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