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쟁이들, "'봄날' 오나…"
봉급쟁이들, "'봄날' 오나…"
  • 김상현 기자
  • 승인 200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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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세밑경제'…체불임금 '눈덩이'

"성탄절에다 딸 생일까지 겹쳤는데 즐겁기는커녕 답답하기만 할 뿐 입니다"
연말을 맞은 요즘 회사원 박모씨(42)의 마음은 화사한 봄날 같은 날씨와는 달리 한없이 착잡하기만 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 불황 속에 아니다 다를까 회사도 경영난에 허덕이며 두 달치 월급 440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험료를 비롯해 각종 세금 고지서가 납부만을 위해 기다리고 있으며 얼마 있지 않아 겨울방학에 들어가는 아이들 학원비 마저 생각하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특히 귀여운 딸 생일과 성탄절이 연이어 있어 박씨에게는 가족의 '기쁨'보다 '고통'만이 가중되고 있으며 회사에서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간부로서 생색조차 내기가 어려워 여러모로 힘든 상태다.

이처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임금 체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근로자들의 세밑을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15일 제주지방노동사무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도내 임금체불 사업장은 315개 업체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2개 업체에 비해 36%나 늘었다.
사업주의 체불로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 수와 체불액 또한 1196명에 31억 1800만원으로 지난해 844명, 16억 8200만원을 훨씬 넘어섰다.

올해 근로자 1인당 평균 259만원이 체불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근로자수는 40%증가했으며 액수로는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 같이 임금체불이 폭증한 것은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놓여 근로자의 임금은 물론 퇴직금을 제때에 주지 못할 정도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체불근로자수와 사업체 수에 비해 체불액 증가율이 높다는 점은 도내 기업체가 경기악화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고 있음을 단적으로 시사해 주고 있는 부분이다.
노동사무소 근로감독과 관계자는 "대부분은 2~3개월 정도지만 5~6개월 장기간 체불된 사례도 적지 않다"면서 "고의적인 체불이라기 보다는 경기가 워낙 안 좋아 어쩔 수 없이 임금을 지급 못하는 사업체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지방노동사무소는 내년 2월 설날 전까지 '체불청산 집중지도기간'으로 설정, 조만간 체불청산 기동반을 편성,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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