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에서 거대한 화산폭발과 지진으로 인한 해일발생으로 대형 참사를 겪은 인도네시아 주민들의 아픔을 보게 되었다.
뜨거운 화산재가 비와 안개로 변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향하지만 그곳에도 이미 자리가 모자라 아픔을 참고 있는 사람들과 부모를 찾아달라는 어린아이의 슬픈 절규를 보면서 나는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인재(人災)인가 천재(天災)인가.....’
이미 일어난 일 앞에 이런 물음이 무슨 소용이냐고 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지만 어떤 일이든 그 원인을 찾는 것이 해결의 기본이라 좀더 따져 보고자 한다.
해일 발생은 분명 사람이 막을 수 없는 천재지변(天災地變)의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일에 대한 사전대비와 해일 발생 후 사후대책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994년에도 강진으로 인한 해일이 발생해 10미터가 넘는 파고가 순식간에 넘쳐 선박과 건물이 파괴되고 해안가 인근 주민과 관광객 등 23만명이 사망하는 큰 피해를 입었었다.
하늘이 내린 재앙이라기엔 너무나 가혹한 벌이었다.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는 이러한 재해가 되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저지진 탐지기를 300개를 설치하고 재해대책 전담반을 가동하는 등 비상재난 경보시스템을 완벽히 구축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후로부터 6년이 지난 2010년 10월 인도네시아에 또 다시 지진해일이 발생하였다.
최첨단 재난경보 시스템으로 재해를 막아보자던 인도네시아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지진해일로 많은 재산피해와 400여명의 인명 피해를 내며 다시한번 큰 재앙을 맞았다.
이번에도 과연 하늘이 내린 천재지변(天災地變)에 의한 재앙일까?
지진해일 발생과 피해과정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지진연구 전문가의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해저 지진경보장치 300개중 1개만 빼놓고 299개는 정상 작동하였으나, 지진이 발생한뒤 5분후에 작동되었고, 그후 몇분뒤 해일이 해안을 덮쳐 미쳐 대피하지 못한 관광객과 주민들 희생이 되풀이되었다.
해저강진이 발생하고 난뒤 수분내에 발생하는 해일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해저강진 예보가 30분전에 발령되었다면 적어도 인명피해는 막았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견해이다.
이번 피해는 분명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天災)였던 것이다.
화산폭발,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는 언제 어디든 일어날 수 있다.
최근 세계 각 나라마다 강도와 빈도수의 차이만 있을 뿐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번 인도네시아 지진해일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자연재해가 천재(天災)라고 하늘에 제(祭)를 지내는 선사시대적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우(愚)를 범하기 전에 재해의 특성을 인지하고 철저한 사전대비로 당당히 맞서 싸워나갈 때만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정 철 서귀포시 천지동주민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