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이제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관광, 이제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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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사람이 있다고 보자. 서울에 사는 40대 L씨. 아이들은 모두 컸다. 요즘 많이 지쳐있다.
 지금부터는 이 사람의 마음과 길을 잠시 쫓아가 보자.
 ‘내가 이 나이에 낭만이나 여유의 진의를 논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헌데 최근 많은 회사일로 지치고, 사람 사이의 문제로 지치고, 돈 때문에 지치다보니... 회사일도 건성건성하게 되고, 사람도 피하게 되는 거 같다. 당연히 발전도 없고... 아! 집사람이랑 여행이나 떠나볼까?’
 목적지는 제주도, 행선지는 서귀포 및 제주 올레 7코스, 숙박은 법환동 해안가의 펜션. 제주공항에서 저녁 8시에 내려 서귀포 시내까지 오니 어느덧 9시. 제주도의 깨끗한 공기는 인간의 머리에서 가장 멀다는 심장까지 파고든 듯 가슴속에는 건강한 산소가 힘차게 요동친다.
 ‘그렇다! 이게 바로 여행이다! 이제 제주도의 커피 맛은 어떨지 맛보자.’
 서귀포 해안가의 커피숍. 아내는 진정한 커피는 아메리카노라며 커피의 본 맛을 즐기려면 진한 블랙으로 먹자고 했다.
 ‘그래, 진한 바다의 빚깔과 그윽한 블랙커피는 어울리지.’
 나는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하러 매장으로 걸어갔다.
 ‘아메리카노 두 잔 주세요.’
 그런데 웬일인가? 사장으로 보이는 안경낀 젊은 남자 직원이 옆에 있던 여직원에게 일을 시킨다.
 ‘야! 아메리카노 두잔 드려!’
 당신한테 주문한건데. 그것도 말투가 정말 냉소적이다. 표정은 말할 것도 없이 ‘나 건들지 마쇼.’이다.
 이런... 기분이 확 상한다. 짜증이 밀려온다. 제주도 여행 괜히 왔나 싶다. 커피 두 잔 먹으려고 한 죄밖에 없는데, 나를 뭘로 아는 거지? 결국 커피는 마셨다. 돈이 아까워서. 이 커피 두 잔의 가격은 마치 수십만원처럼 비싸게 느껴졌고, 심지어 한약처럼 쓰게 느껴졌다. 그리고 결심했다.
 ‘제주도에서 커피는 안 마시리라. 아니, 다시는 제주도에 안오리라.’
 하지만 결국 그 날 밤, 집사람에게 짜증을 내고는 이내 싸웠다. 제주도 여행에서 ‘낭만(浪漫)’은 없었고 ‘불만(不滿)’만 있었다.
 
 흔히들 국가간의 ‘전쟁(戰爭)’을 국민의 ‘총력전(總力戰)’으로 표현하곤 한다. 다시 말하면, 국가간의 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국력이 집결된 군사, 경제, 사회, 정치, 문화전이라는 것이다.
 관광 역시 마찬가지이다. 소리 없는 전쟁이다. 총력전이다.
 이런 관광 전쟁은 근 십 여 년 간 많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1990년대 말 유럽, 미국의 경제가 휘청대서 서구관광객이 감소되었지만, 다행히 동시에 한류(Korean wave, 韓流)가 불어 일본 관광객들이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또한 2000년대 초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에 이어 경제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위기가 닥치자, 역시 대만에서 대장금(2003년)으로 촉발된 한류 ver 2.0으로 대만, 중국, 홍콩 및 동아시아 관광객들이 분주히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한류는 하나의 ‘흐름(trend)’에 불과하다. 흐름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트렌드(trend) 단어 자체에 끝의 세 글자는 'end(끝)'이다. 앞서 살펴본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보자. 관광객들이 제주도, 또한 한국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문화, 자연유산 등 하드웨어 측면도 중요하지만 시민, 상인, 가이드의 친절함, 따뜻한 배려 등 소프트웨어 측면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경치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 싫으면 불친절하면 아름다운 풍광도 싫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이런 하드웨어(관광자원)와 소프트웨어(친절, 사람, 인심)의 조화가 관광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sustainable development)'을 가능하게 하는 것임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조화를 이루고 선(善)한 흐름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런 착한 흐름을 선순환(善循環)으로 정착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부터 앞서 든 사례를 바탕으로 차근차근히 궁리해 보자.
 첫째, 법적으로 분류되는 관광업이 아닌 제주도 전 상점에 친절 교육을 시도차원에서 실시하여야 한다. 가령 요식업체, 목욕업체 등의 경우에는 필수적으로 1년에 1회 이상 위생교육을 받게 되어 있다. 이 때 필수적으로 친절교육 시간을 삽입하여 적어도 ‘친절’이라는 테마에 대한 인식을 관광의 최전선에 있는 상점 경영인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현재 읍면동에 있는 관광혁신민간평가단을 활용하여 친절홍보를 강화하여야 한다. 상가업체의 관리자들은 대부분 자가 경영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영업을 하기 위해서 자리를 비우기가 힘이 든다. 따라서 현재 만들어져 있는 읍면동 관광혁신민간평가단이 발로 뛰는 친절캠페인을 강화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읍면동장들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셋째, 범시민적인 친절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앞서 두가지 제언이 관광업과 그에 파생되거나 현존하는 상가를 위한 것이라면 이것은 제주도 도민의 의식차원이다. 현재 ‘찾아가는 친절교육’이 읍면동에서 실시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참여자들이 자생단체장 및 회원, 공무원에 다소 국한되고 있다고 본다. 이는 장소가 읍면동 주민센터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장소를 옮겨야 한다. 가령 일호광장에 부스를 만들어 1달간 지나가는 사람에게 친절 캠페인을 펼치거나, 매일올레시장, 향토오일장에서 물건을 사러오는 사람들에게 친절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 오라고 하지 말고 찾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기관장의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른바 전시행정(展示行政)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앞서 서울에서 온 L씨를 보라. 제주도에서 낭만과 휴식을 취하려고 왔다가 예기치 않은 불친절에 불만과 짜증만 얻고 갔다.
 제주도의 문화, 자연 유산은 풍부하다.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다시 오게 만들어 보자. 답은 친절이다. 따뜻함이다. 관광의 소프트웨어다.

홍기확 서귀포시 대륜동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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