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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의 위원장의 ‘4·3왜곡 망언’이 ‘4·3희생자 유족회’ 등 제주도민을 격앙케 하고 있다. 국가기관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이영조 위원장’의 주장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최근 미국에서 열렸던 ‘한국과거사 정리’ 관련 국제심포지엄에서 자신의 논문을 통해 제주 4·3에 대해 ‘공산주의 세력이 주도한 반란’이라고 규정했다. “1948년 4월 3일 제주에서 공산주의 세력이 주도한 반란이 발생해 여러 해 동안 지속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제주도민 전체를 공산주의자로 매도하고 이념의 색깔로 4·3의 진실을 덧씌우려는 악의에 찬 역사왜곡이 아닐 수 없다.
‘4·3’은 무엇인가. 무자비한 국가 공권력에 의해 수 만 명 제주도민이 학살당한 피의 역사가 아니던가. 순박한 농어민과 어린아이, 심지어 임산부까지도 집단으로 학살한 반인륜적 반문명적 국가 범죄가 아니던가.
그런데도 ‘4·3을 공산주의자들의 반란’으로 규정했다면 학살당한 수 만 명 희생자, 나아가 제주도민 전체를 공산주의자로 몰아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념의 색깔로 도민들을 빨갛게 칠하고 살아있는 제주도민들에게 정신적 학살을 시도하겠다는 또 다른 테러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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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러한 ‘4·3역사 왜곡’이 국가기관의 대표자가 주장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가 없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역사적 사실 안에서 일어났던 갈등과 대립과 분열 구조를 화해와 상생을 통해 역사발전의 동력으로 삼기위해 구성된 국가기관이다.
그래서 ‘4·3’은 여야 합의에 의해 특별법까지 만들어 4·3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그것이다.
무자비한 공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4·3희생자가 유족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위로하며 감추어졌던 4·3의 진실을 규명하여 이러한 반문명적 반인륜적 역사를 되풀이 하지 말자는 것이 입법취지인 것이다.
이에 따라 당시 대통령까지 나서 무자비했던 국가공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제주도민과 4·3희생자 유족에게 공개적으로 사과까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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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 이러한데도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화해와 상생의 전도사 역을 감당해야 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되레 해외에까지 나가 거짓과 대립을 조장했다는 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4·3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4·3 정책’이나 ‘4·3지원사업’이 홀대 받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일부 극우 보수세력에 의한 ‘4·3 왜곡’ 등 4·3특별법 무력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4·3 중앙위원회의 사실상 개점휴업상태, 소극적 4·3지원 등도 정부의 의도된 ‘4·3 흔들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4·3특별법 무력화나 의도적 4·3흔들기에 나선 것이 아니라면 문제의 논문으로 역사를 왜곡시키고 진실을 감추려는 이영조 위원장을 퇴진시키고 진실과 역사의 균형감각을 갖춘 인사를 골라야 할 것이다.
이 위원장은 엉뚱한 변명으로 국면을 호도하지 말고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것이다. 물론 제주도민과 4·3유족들에 대한 사죄가 전제되어야 한다. 4·3역사 왜곡은 제주도민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4·3 유족들을 두 세 번씩 죽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