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3시와 저녁 7시 도문예회관 소극장
"소리꾼 소옥과 함께 제주민요 소리기행을 떠나보자" 민요패 소리왓 제15회 정기공연이 27일 오후 3시와 저녁 7시 두차례에 걸쳐 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소리, 극, 몸짓 등을 토대로 한 소리굿 형식으로 소리꾼 소옥과 함께 우리 국악의 흥겨움, 신명, 희노애락을 맘껏 펼쳐 보인다.
척박한 환경 때문에 견뎌야 할 것들이 많았던 제주섬. 그러기에 제주의 민요는 여흥의 도구가 아니라 노동의 힘겨움을 견디고 삶의 고단함을 녹이는 도구였다. 하지만 노래를 노동에 찌든 삶의 애환을 풀어내는 도구가 아닌 삶의 도구로 삼았던 놀래꾼(소리꾼) 들이 있었으니 그들을 소리꾼 1세대라 칭한다.
■공연내용(줄거리)
▲여는 마당(꽃이피네 꽃이지네)
=올해도 올레에 있는 아름드리 꽃나무엔 흐드러지게 꽃이 피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 꽃이 뚝뚝 진 어느날 소리꾼 소옥할머니는 먼길 떠날 채비를 한다.
▲첫째마당(놀래를 좋아한 지집아이 소옥)
=천성적으로 놀래를 좋아한 지집아이가 있었다. 지집아이의 이름은 소옥. 애기구덕에 누워 있을 때부터 아버지의 소리를 내내 들으며 자라서 그런지 소옥의 놀래 사랑은 유별나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것이 늘 탐탁지 않은 모양이다. 좌충우돌 소옥의 소리 찾기, 쉽지만은 않다.
▲둘째마당(비바리 소옥, 시집가다)
=물질 잘하는 꽃다운 처녀가 되어도 소옥의 놀래사랑은 변함이 없는데, 해방된 해 어느날 소옥이 늘 숯붕태라고 놀려먹던 동네 친구 오라방에게 시집을 간다. 그후 소옥의 인생곡선은 높은 산을 그리며 한고비 힘겹게 넘어간다. 그러나 우리 제주어른들이 늘 그렇듯이, 역시 제주여인인 소옥 "남도 다 경헌거. 살암시민 살아질테주"하며 애써 꾹꾹 눌러담는다.
▲셋째마당(나놀래랑 산넘엉가라 나놀래랑 물넘엉가라)
=희미해지기는 커녕 점점 더 깊어지기만 하는 놀래사랑. 놀래를 서방삼아 사는 홀어멍 소옥이 어찌된 일인지, 창민요 같은 화려한 노래는 뒷전이고, 드르에서 바당에서 검질매며 자맥질하며 부르던 일노래를 더 좋아했으니, 가르쳐주는 동네 어른들도 고개를 갸웃한다.
▲넷째마당(되돌아보니 꽃같은 삶)
=흙 속에서 백옥같은 소리를 일구어낸, 소리꾼의 대표된 그 이름 소옥! 그저 소리가 좋았던 그녀는 척박하던 제주문화계에 하나의 큰 족적을 남기는데…. 가는 세월 잡지 못하는 우리네 인생! 늙음을 한탄해보지만 그것도 잠시, 인생길 굽이굽이 사연도 많았지만 그래도 한 세상 잘 놀았노라고 늙은 소옥, 지나온 삶 되돌아보며 자부해 본다.
▲보내는 마당(고사리단풍 좋은 질로 테역단풍 좋은 딜로)
=산과 들에 흐드러지게 꽃핀 봄날 우리의 곁을 떠나는 소리꾼 소옥. 함께 했던 벗들이 마지막 가는 길 배웅해주니 서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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