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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가 또 다시 꼬이고 있다. 조건부 수용을 천명했던 강정마을회가 이를 원점으로 되돌려 버렸기 때문이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완강하게 반대했던 강정 마을회는 지난 8월, ‘해군기지 후보지역을 대상으로 민주적 절차에 의한 의견수렴을 통해 해당지역이 모두 반대 할 경우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수용한다‘ 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향적 해군기지 건설수용안을 내놨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해군기지 건설 후보 예상지로 거론됐던 사계·화순과 위미지역에 대한 해군기지 유치여부 의견수렴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해당마을에서는 주민대표자 회의 등을 거쳐 해군기지 유치반대 입장을 정리하고 이를 도에 통보했다.
그래서 도는 이들 마을에서 전달받은 의견을 지난달 25일 강정마을회에 보냈고 강정마을회는 이에 대해 ‘조건 이행 불충분’이라는 이유로 조건부 이행 제안서의 백지화를 선언해 버린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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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회의 이번 ‘조건부 수용 백지화’ 선언은 해군기지 갈등해소에 희망을 걸었던 도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강정마을회의 ‘조건부 수용 백지화’ 이유가 도민적 공감을 얻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강정마을회는 “조건부 수용의 전제 조건은 해당지역 주민들의 총의를 민주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주민총회나 주민투표가 필수요건인데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강정마을회의 입장 변화를 견강부회(牽强附會)나 다름없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주민총회를 거치거나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만이 꼭 민주적 절차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그렇다. 마을을 대표할 수 있는 지역 지도자들이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의사를 결집했다면 이 역시 주민총의에 의한 민주적 절차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강정마을회가 주민총회나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았다고 기존의 조건부 수용을 철회 했다면 이 역시 ‘그렇게 민주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강정마을회의 ‘조건부 수용 백지화’ 선언이 도민 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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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강정마을회는 이제라도 대승적 자세로,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해군기지 건설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강정마을회의 해군기지 반대이유가 어디에 있건 갈등과 대립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풀이가 민주적 해법인 것이다.
비록 해군기지 건설 후보지로 거론됐던 마을들에서 주민총회나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도 이들 마을에서는 이미 해군기지 유치를 반대해 왔었다. 이미 해군기지 유치를 반대했던 마을에서 또다시 해군기지 유치 여부 여론을 수렴했다는 자체가 실없는 일이었지만 여기서도 해군기지 유치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 강정마을회의 ‘조건부 수용 조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
강정마을회가 기존해 발표했던 ‘조건부 수용’에 진정성을 가졌었다면 마을 총회니 주민투표니 하는 절차적 이유만을 들어 조건부 수용을 철회한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하겠다.
강정마을회가 “다른 마을에서 반대했으니 약속대로 우리가 해군기지 건설을 수용하겠다”며 “그동안의 갈등과 분열을 함께 풀어나가자“고 했다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이겠는가. 이제는 강정마을회가 털고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