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인생후반기에 버려야할 것들
[세평시평] 인생후반기에 버려야할 것들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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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직장에서 고위직으로 정년을 꽉 채우고 퇴직한 후에도 몇 년 더 직장을 다녀 보려고 지방선거 때면 줄서기를 하기도 하고, 사회 단체장이나 관변단체장(官邊團體長)을 하려고 자신의 체면이나 사회정서를 도외시하고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물론 꽤  좋다는 직장에서 정년을 다 채웠다고 해서 부자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고위직으로 정년을 다 채운 자라면 연령적으로도 65세 넘어 자식교육, 자식결혼 등을 다 치른 자들이다. 자신의 살 집 한 칸만 있으면  돈 버는데 혈안이 될  세대는 분명 아니다.  의식주만 해결된다면 사회에 봉사해하고 자기의 브랜드대로 살아야 할 아주 소중한 인생후반기다. 
보통사람이라면 인생 전반기에는 조직(직장)브랜드 시절이라면 인생후반기는 내 자신 자체 브랜드 시절인 것이다. 그래서 인생 후반기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의 독특한 브랜드를 챙기며 살아가는 시기다.
또 잘 나아가던 “과거사”도 청산해야한다. 과거에 대한 추억과 자만심 같은 과거의 독소를 뽑아내야 자신의 미래를 창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보다 더 무서운 게 바로 다녀본 길에 대한 미련이다. 이러한 미련이 정년 후에도 직장에 대한 추억으로 돈과 권력에 고결(高潔)치 못한 사람으로 되기 십상이다. 
물론 직장에서 나오고 나면 이 사람도 섭섭하고 저 사람도 괘씸하고 ……상처를 많이 받는다. 예전에는 간이라도 빼줄 듯이 가까웠던 이들이 나 몰라라 할 때 받는 상처는 크다. 정심이나 같이 하자면 선약이 있다며 핑계 대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과거조직에 미련은 되살아난다. “내가 직장에서 얼마나 도 와 줬는데 나를 이렇게 피하려고” 하나?
내 청춘을 바쳐 일했고 조직 동료들을 위해 정말 잘해줬는데 나를 이렇게 페기처분하다니!“ 이건 퇴직한자라면 누구나 겪는 통과 의례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다. 나는 청춘을 다 바쳐 뼈 빠지게 일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오히려 ”평생 월급을 받게 해줬다“고  생각한다. 나는 부하를 키워줬다고 생각하지만, 부하는 상사가 자리를 잘 보전하게 하여 정년까지 직장을 유지하는데 헌신했다고  생각 할 수 있다.
주자전서(朱子全書)에 있는 말이다.  전국시대의 귀족 맹상군에게 신하 풍휜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생께서는 시장에 가보시지 않으셨습니까, 날이 밝을 때는 어떻게 비집고 들어가려던 사람들이 저녁 때가되면 뒤도 안돌아보고 빠져 나옵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아침시장을 편애하고 저녁시장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자기에게 필요한 물건이 다 팔고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화내지 마십시오.”  이 말은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으로 산다는 극히 상식적인 말이다.  그러니 현직에 남은 자들의 괄시(恝視)도 탓할 일만은 아니다.
또 인생 후반기에 자기브랜드를 만들고 프로(professional)가 되기 위해서 버려야 할 또 다른 한 가지는 비교하는 마음이다. 젊었을 때는 위를 쳐다보면서 목표를 세우는 것은 동기부여도 되고 자극이 될 수 있지만, 인생 후반기에는 상위 목표는 마음의 자조(自嘲)와 의욕상실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나보다 훨씬 못했던 후배도 이 정도는 사회에서 대우해주는데…… 내가 아는 고위직에 있던 한 선배는 이런 생각을 뽑아내는데 5년이 걸렸다고 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최고(最古)의 악인(樂人) 오르페우스가 지상 세계에 나와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소금 기둥이 된 것은 그리스 신화만이 아니다. "내가 과거에 무엇 무엇을 했던 누군데" 라고 떠올리는 것이야 말로 현실에서 스스로 소금 기둥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자기보다 스펙(specification)이나 모든 게 못하지만  잘된 이도 많지만, 자기보다 모든 게 잘났는데도 안 된 이들도 대단히 많다. 인생 후반기라면 고개를 들어 위를 보기보다는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는 것이 자기 브랜드를 높이고 인생 프로의 기본자세다.
마지막으로 줄 것과 받을 것을 구별하는 태도다. 주위 사람들이 “빈 택시로 돌아다니는데 나 하나 공짜로 태워주면 어때”라는 생각으로 시간과 수요를 요청하는 부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상대와 의리도 상하고 실리도 못 챙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줄 것이면 분명히  도와주는 것이 낫다.  받을 것이면 처음부터 밝혀야 한다.
인생 전반기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속도(速度)경쟁이었다면, 이제 인생 후반기는 진정한 나의 내면과 꿈의 방향을 만들어 나가는 밀도(密度)경쟁이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 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란 시인고은의  “순간의 꽃”시어처럼 내려 갈 때 꽃을 보는 인생후반기를 만드는 것은 자신의 선택 나름이다.
 

수필가 김  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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