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한 치매노인
[나의 생각]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한 치매노인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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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7월 1일부터 우리나라는 노령인구비율 7.1%의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다.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어났다는 것은 분명 커다란 축복이나 이에 따라 우리 사회도 만만치 않은 짐을 지게 되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청년층 취업난에 더해 정년퇴임 후의 노인 일자리 부족, 자녀들로부터 버림받은 노인들의 우울증과 자살, 갖가지 질병 등이 그 예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노인 치매 문제인데 지구대, 파출소 근무를 하다 보면 노인성 치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노인과 그 가족들을 자주 만나곤 한다. 치매를 앓는 노인이 혼자 밖으로 나가 길을 잃고 배회하여 이를 목격한 주민이 경찰관서에 신고를 하는 것이 주로 그런 경우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치매환자는 약 45만명, 그 중 약 70%의 치매 환자가 외출 후 집을 찾지 못하고 주변을 배회하는 '배회증상'을 동반하고 있다고 한다. 치매환자를 둔 가정이라면 관심을 기울여야 할 통계이다.
치매 노인 신고를 접하면 출동한 경찰관은 노인의 인적사항과 가족관계를 파악하고 보호자에게 인계하는데 실제 현장에서 이 과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아 많은 애를 먹는다.

치매가 주로 기억력과 판단력 저하의 증상을 동반하여 함께 살고 있는 자녀의 이름이나 거주지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과 출생년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노인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보호자와 연락이 되더라도 이후 또 다시 길을 잃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출동을 했던 사건과 관련하여서는 철저히 기록을 하여 다음 번 가출에 대비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치매 노인이 있는 가정에서는 평소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까. 치매환자라고 해서 보호자가 늘 함께 다니거나 집 안에만 있도록 할 수는 없는 일이니 길거리를 배회하더라도 누군가 쉽게 집을 찾아줄 수 있도록 표식을 하나씩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노인과 그 가족의 성명 및 연락처를 주머니에 넣어 두고 자주 입는 옷에는 아예 수를 놓거나 목걸이를 준비하는 것이다.

길을 잃은 노인에게 집을 찾아주었을 때 그 고생 끝의 보람은 우리 경찰관에게 매우 단 열매이지만 사실 자주 맛보고 싶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당사자나 경찰관이 애도 덜 태우고 혹시 모를 2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사회적으로도 큰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경찰관이 아무리 힘들다 하더라도, 혹시 길거리를 정처없이 배회하는 노인이 있다면 정성껏 보호하고 지체없이 112로 신고하여 주시길 바란다. 치매까지는 아니어도 우리도 언젠가는 힘이 부족한 노인이 될 테니까, 혹시 내가 그런 모습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강  경  숙
제주동부경찰서 남문지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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