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운공사 설립, 신중 또 신중히
[사설] 해운공사 설립, 신중 또 신중히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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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성만이 사업의 성공 조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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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해양산업을 신 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수립키로 했다고 한다. 4면이 바다로서 전국 해양(海洋) 면적의 27%나 차지하고 있는 제주도로서는 미래의 비전 중 하나가 해양산업에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항만 물류산업의 육성, 해양생명자원의 활용, 파력발전(波力發電)의 개발, 세계적 요트마리나 리조트 건설, 바다 광물자원 산업화, 외해(外海) 가두리양식사업의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해양 관련 사업들은 충분히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해양 관련 사업 프로젝트 속에는 ‘제주해운공사’ 설립문제도 중요한 사안으로 포함돼 있어 검토되고 있는 모양이다. 제주의 해상교통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주해운공사’를 설립, 초고속 여객선과 위그선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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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해운공사 설립만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국에 권하고 싶다. 그 첫째 이유로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해운공사 창립비만도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

거기에다 초고속 여객선과 위그선을 도입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 올해 말이면 1조6000억 원이란 어마어마한 채무를 떠안아야 하는 제주도의 재정 형편으로서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두 번째는 사업의 불투명성이다. 시기만 남아 있을 뿐, 머지않은 장래에 제주에는 신공항과 해저고속철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때가 되면 선박에 의한 해상교통 대부분이 항공로와 해저고속철도로 대체되는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다. 그만큼 앞으로 제주에서는 해상교통 산업이 사양화(斜陽化) 할 수 있다는 점도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셋째는 다른 여객선사와의 관계다. 그렇잖아도 근년 들어 해상교통업이 고전하고 있는 판국에 제주도가 해운공사를 설립, 여기에 뛰어든다면 양쪽 모두 득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네 번째는 해운공사의 부실 우려다. 과연 제주에 신공항 등 2개의 공항 및 해저고속철 시대가 오면 해상교통업이 제대로 되겠는가 하는 의문이다. 만에 하나 제주해운공사가 부실이 되는 날에는 제주도가 적자를 보전해 줘야 한다.

1조6000억 원의 도(道) 채무에도 불구하고 억지 투자를 한 위에 해마다 해운공사의 적자 보전까지 겹치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사업의 필요성이만이 그 사업의 성공조건은 아니다. 그것을 증명해 준 것이 호접란 미국 현지 진출 사업, 제주교역 사업, 제주 세계섬문화 축제 등이다. 이 사업들도 모두 꼭 필요하다고 해서 추진한 것들인데 하나 같이 죄다 실패하고 말았다. 결과는 어찌됐는가. 도민 혈세만 허공에 뿌린 셈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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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제주해운공사의 필요성까지 부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볼 때 위험천만한 사업이라는 데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뿐이다.

제주도가 해운공사를 설립, 초고속 여객선과 위그선을 도입할 여유로움이 있다면 차라리 요즘 공모하고 있는 제주항공의 신주(新株) 청약에 투자하라. 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흑자로 돌아섰다지 않은가.

제주 섬이 해양산업에 미래비전이 있음을 우리도 잘 안다. 영국이나 스페인도 해양 개척의 덕분으로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로서의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해양산업도 해야 할 사업과 해서는 안 될 사업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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