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간다. 이 땅은 사계절 모두 저마다 아름다운 멋과 향기를 지녔지만 오방색 물결로 가득한 지금이 유독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햇살처럼 밝은 웃음이 넉넉함을 더해주는 경인년 가을의 문턱에서 제주인이라면 곳곳의 들녘에서 추수철을 맞아 봄과 여름에 뿌리고 가꾼 결실을 거두는 농민의 아름다운 현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도 잠시 직업인 경찰관으로서 걱정거리가 하나 생긴다.
매년 농작물 수확철이 다가오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농작물 절도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 올해는 장마 등으로 인하여 농작물의 가격이 급등해 농산물 절도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농산물 절도범들은 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며 화물차량을 이용 한순간 싹슬이 식으로 가져가고, 절도 후 즉시 처분하는 경우가 많아 일단 발생한 피해는 쉽게 회복하기 힘들기에 그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경찰은 농산물 절도 예방을 위해 범행도구와 농산물이 적재된 화물차량에 대한 검문검색 및 경계지역 거점근무를 강화할 계획이며,
외딴 농가?밭?보관창고 등 취약지역에 대해 정밀 방범진단을 실시하여 집중순찰을 실시하는 한편,
농산물 절도 발생시 현장감식, CCTV 등 수사 자료를 신속하게 확보·분석 후 수사역량을 집중해 조기 해결하고 범인 검거시에는 장물유통경로를 추적, 피해품을 즉각 회수해 농민의 실질적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주력할 방침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관리하는 자위방범 의식이다.
최소한 야간에는 널어놓은 농산물을 반드시 거두고, 조금이라도 농산물을 보관중인 창고에는 출입문에 시건장치나 창문을 꼼꼼히 확인하여 정성스럽게 가꾼 농산물을 도난당하는 사례가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 줄 것을 당부 한다
농작물은 농민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도시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와 땀이 배어 있다 애써 가꿔온 농작물을 도난당함으로서 생기는 손실도 문제지만, 농민들의 가슴에 재기 불능의 상처를 남기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낮에는 노동에 밤에는 농작물 분실 걱정에 이중고에 시달리는 농민이 없었으면 하는 나의 바람이다.
한 현 진
제주동부경찰서 생활안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