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면 화순리 개발위원회가 지난 13일 회의를 열고 해군기지 문제를 마을 총회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마을 총회에 앞서 아예 해군기지를 반대해버린 것이다.
화순 항 해군기지 유치 여부는 사실 화순리 1개 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계리에도 이해(利害)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순항 군항유치 여부는 화순-사계 간의 찬-반이 일치해야 하므로 어느 한쪽이 반대하면 성사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화순리 개발위원회가 먼저 반대함으로써 화순항 해군기지 유치는 사계리 주민 의사에 관계없이 물 건너 간 셈이다.
화순항과 더불어 유력한 해군기지 후보 항구였던 남원읍 위미리는 화순리보다 훨씬 앞서 해군기지 반대 입장을 이미 분명히 했었다. 이로써 외형상으로는 강정주민들이 해군기지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서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강정 마을회는 지난 8월 9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건부 해군기지 수용’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즉 “해군기지 입지를 다른 지역들로 선정하되 그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민주적이고 정당한 절차에 의한 주민 투표를 실시, 만약 반대가 많으면 강정해군기지를 받아 들이겠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강정마을의 태도 변화에 따라 제주도가 화순항과 위미항을 재차 후보지로 삼아 주민들의 의견을 물었던 것인데 역시 반대로 결론이 났다. 다만 강정마을회가 전제로 한 것처럼 어느 한 곳도 마을 주민들의 투표에 부치지 않은 것이 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투표란 의사 파악의 한 방법에 불과하다. 비록 위미-화순 개발위원회 등이 주민투표에 부치지는 않았더라도 해군기지 반대가 분명하다면 강정 주민들도 이를 수용, 대 타협의 선두에 서야 한다. 이것이 주민 간, 마을 간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