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라산 둘레길’ 백지화 하라
[사설] ‘한라산 둘레길’ 백지화 하라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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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처도 아닌, 한라산 보호 정책을 펴야 할 산림청이 도리어 자연 자원을 파괴하는 사업을 벌이려 하고 있다.

이른바 ‘한라산 둘레길’ 조성사업이 그것이다. 산림청은 생태계를 포함한 자연자원과 환경이 엄청나게 파괴될 이 사업을 그만 두어야 한다.

산림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4년까지 총 30억 원을 들여 한라산 중산간 지역의 해발 600~800m를 관통, 산 중허리를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을 만든다는 것이다. 도보관광객(徒步觀光客)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관광로(觀光路)인 셈이다.

특히 산림청은 우선 올해 1단계 사업으로 서귀포시 휴양림에서 서호동 시오름에 이르는 9km 구간에 ‘한라산 둘레길’을 개설한 뒤 목표연도인 2014년까지 신설 총 길이 80km를 완공키로 하고 있어 매우 서두는 느낌이다.

현재 ‘한라산 둘레길’ 예정코스는 1920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일제(日帝)가 만들어 놓은 숲길이다. 제주 섬의 병참기지화(兵站基地化)를 위한 병참로(兵站路)로 조성한 길인 것이다.

 이 길은 그 후 도민들이 피를 흘렸던 4.3사건에도 악용되었고, 5.16도로와 제2횡단도로가 개설되자 이 두 도로를 잇는 산록도로로 확장 포장돼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이 길은 역사의 굴곡만큼이나 한라산 중허리를 파헤치고 파괴하면서 만들어졌고 어떤 경우는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표고산업용 임도(林道)가 그것이다.
이러한 길이 이번에는 ‘한라산 둘레길’이라는 이름 아래 무참히 파괴될 위기에 놓였다.

1920년대 일제에 의해 파헤쳐진 이 길과 주변의 자연생태계 및 자원들이 그 후 100년 가까운 세월을 거치면서 겨우 회복되는가 싶더니 이제 보호해 줘야 할 산림청에 의해 또 희생되려 하고 있다.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선 보존 후 개발’이라는 제주도 민선 5기 우근민 도정의 정책에도 맞지 않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산림청은 ‘한라산 둘레길’을 백지화 하기 바란다. 차라리 둘레길 예산 30억 원을 산불 진화용 헬기 구입에 보태 한라산을 보호토록 해주는 게 훨씬 낫다. 제주는 둘레길이 아닌 올레길 하나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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