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전경으로써 배운 군 생활의 즐거움
[나의 생각] 전경으로써 배운 군 생활의 즐거움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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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을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전역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게 실감이 안 나고 많이 아쉽습니다. 전경으로 제주도에 근무하며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귀하고 값진 걸 많이 겪고 느끼고 해본 건 제게 여러모로 도움 되고 발전하고 달라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매우 의미깊습니다. 저는 제주도의 가장 번화가에 있는 제주동부경찰서 112타격대라는 곳에서 지냅니다. 태테러상황이나 비상시 즉각 투입돼 현장을 진압하고 평소엔 자체경비를 합니다.
민원인들을 상대하는 편이라 전의경만의 특성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그 동안 군 생활하며 느낀걸 이야기하겠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112타격대는 평시 경찰서가 낯선 민원인들에게 업무 볼 곳을 안내하고 경찰서 자제경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런 근무를 하다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자주 만나곤 합니다.
그 중에 기억나는 일이 있습니다. 전에 민원인께서 찾아오셨는데, 말을 못 알아들어 당황했습니다. 알고 보니 제주도에 관광을 온 일본인이었고 일본어가 생소한 저는 도와드리기 힘들었습니다.
제 사소한 말과 행동이 외국인이 느낄 전경, 경찰, 나아가 국가의 이미지에 영향을 끼칠까봐 미숙해도 열심히 응대했고 결국엔 직원의 도움으로 무사히 안내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모범이 되지는 못할 망정... 그 외국인이 나만 보고 전경, 경찰, 나아가 국가의 이미지까지 안좋게 보면 어쩌나, 더 친절히했어야 했는데' 등등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들의 구구절절 말하는 사연을 들으며 삶의 애환을 간접적으로 느끼곤 합니다. 근무하며 잠시 한가할 땐 사색에 잠기는 편입니다. 인생의 계획, 포부, 진로나 삶의 희노애락처럼 큰 것에서부터, 인과시간 외엔 뭘 할지, 밖에서 뭘 하고 누굴 만날지 등의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많은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기억력도 좋아지고 잘한 것은 칭찬하며 어떻게 할지 다짐하고 계획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깨닫고 되짚어 보는 등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또 민원인들을 상대하다 보니 정중한 예의범절이 몸에 배고 상대방을 생각하게 되며 타협, 설득 등의 대화능력과 과감, 여유 등의 상황 판단력도 길러집니다. 여기서 근무하지 않았다면 이런 경혐을 못했을것 입니다.

그리고 월 1회 날짜를 지정하여 부대휴무일에 휴식을 취합니다.
그래서 그때마다 계획, 예산, 시간등을 파악해 평소에 하기 힘들거나 해보고 싶었던 걸 많이 겪고 느끼고 해보고 즐기며 의미있게 보냅니다. 이때도 기억나는 날이 있습니다. 그날은 제주도를 관광하는 날이었습니다. 함께 재료 구입부터 조리, 상차림, 설거지, 뒷정리에 이르기까지 다같이 협동하여 즐겁게 식사를 했고, 차 안에선 심심하기도 했지만 함께 대화도 하고 장기자랑, 게임도 하며 즐겁게 보냈습니다.
비록 빠듯했지만 피곤치 않았고 하루가 짧았던 즐겁고도 아쉬운 날이었습니다. 군 생활하며 관광을 다녀오는 걸 누가 생각할 수 있었을지...

이렇게 저는 사명감과 의욕이 생기고 하루 하루를 의미있게 보내는 제 군 생활에 자부심을 느끼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군 생활에 자부심과 의욕이 있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릅니다. 모든 군인들이 무사히 즐겁게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하길 바랍니다.

백  다  빈
제주동부경찰서 112타격대 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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