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책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책은 그대에게 지시한다/ 그대 자신으로 돌아가도록'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시의 일부이다. 이 시를 통해 헤세는 원하는 모든 빛은 이미 '자신 속에 있다'고 말한다.
'청렴'이 올해 이 사회의 화두이다. 청렴결백을 향한 바람은 국경과 시대를 초월하여 모든 이의 염원인 듯하다. 사라져버린 소중한 것에 대하여 아직도 절절하게 원하고 있고 그리워하고 있음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80%가 우리 사회를 부패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부패인식도 조사 결과를 접하며, 청렴이 화두인 우리 사회가 부끄러워진다.
청렴결백한 삶을 살다간 이들의 족적을 보면 한결같은 무언가가 있다. 조선시대 이원익은 다섯 번이나 영의정에 올랐지만 퇴임 후 초가집에서 농사지으며 여생을 보냈다.
황희 정승도 마찬가지이다. 재물을 멀리하되 눈빛을 잃지 않았으며, 원칙을 잃지 않았다. 결국 자신의 빛을 잃지 않았고 도덕적 자존감이 높았다. 욕심이 작으면 작을수록 인생은 행복하다는 톨스토이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훌륭한 삶으로 후대들에게 칭송을 받고 있는 현인들의 삶 속에는 감히 재물과 견줄 수 없는 청렴한 삶이 있었다.
무의식은 행동과 생각을 낳고 습관을 형성한다. 어릴 적에 형성된 무의식은 평생을 따라다닌다. 교육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청렴의 싹을 틔우는 교육이 내면의 창을 통하여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성찰해보면 부끄럽기만 하다.
베이징 교육과학원이 도덕과 보충교재로 '염결(청렴결백)교육독본'을 제작하여 배포하였다고 한다. 반면교사로 삼을 부정적인 사례와 그에 대한 징계를 직접 실음으로써 정직과 청렴이 중요함을 어린시절부터 일깨우고자 한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보다 더 근원적이고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숨 쉬듯, 숨결처럼 따스하게 우리 곁으로 오게. 부모라는 책, 가정이라는 책, 사회라는 책, 세상이라는 책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도덕적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조금씩만 더 정직해지고, 조금씩만 더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가장 훌륭한 청렴교육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참으로 청렴함에는 청렴하다는 이름조차 없으니 그런 이름을 얻으려는 것부터가 바로, 그 이름만을 탐욕함이라.'
채근담의 이야기 한 자락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지나간다.
박 희 순
제주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