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신뢰라는 파워
[세평시평] 신뢰라는 파워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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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재산세 고지서가 배달되었다. 고지서를 보니까 한 달 전쯤에 인터넷 뱅킹으로 납부 한 세금이다.

“이체확인조회”를 해보니 세금금액도 똑 같다. 그래서 제주시세정을 불신하며 제주시청에 전화를 했다.

마침 정심 시간이라 다른 직원이 전화는 받는데 자신은 담당이 아니라서 정확한 답변을 할 수 없다고 해서 담당직원이 돌아오는 대로전화를 걸어 달라고 부탁해서 전화를 받아보니 재산세 5만원 이상금액은 두 번에 분납(7월과9월)한다고 했다.

내가 한 두 시간 동안 전화하고, 인터넷으로 확인하며 의심한 나의 에너지 낭비는 순전히 상대방을 신뢰 못한 나의 잘못이다.

삶에 신뢰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모르고 살아온 것만 같다. 신뢰가 있으면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은 내려간다.

반면 신뢰가 없으면 확인하고 감시하느라 의사 결정과 실행의 속도가 많이 느려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지금 우리들의 당연하게 여기는 관행들도 다시 한 번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주변에 상대를 믿으면 줄일 수 있는 시간과 돈은 얼마나 될까? 신뢰가 있으면 내지 않아도 되는데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출하는 그 비용은 엄마나 될까? 조직의 불필요하게 많은 결재 단계도 불신의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며칠 전 모 경제신문 칼럼 내용이다. 글로벌 기업의 신뢰를 파워로 경영한내용이다. “이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모두 정직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모든 일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업부의 젊은 직원도 업무상 회사 돈을 신청하면, 재무팀에서 그 신청서만 보고 바로 돈을 내어 주며. 줄줄이 몇 단계 상사의 결재를 받기 위해 기안하고 설명하고 결재 나기를 기다리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되고, 업무가 속도를 낸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아주 단호하게 바로 해고조치 함에 따라 회사의 비리는 자동적으로 예방된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오늘 인터넷뱅킹을 조회하고 제주 시청에 전화를 걸고 하는 쓸대기 없는 에너지 낭비는 순전히 내가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한 잘못된 나의 성격에서 자초한 것이다.

제주 시청의 세금분납의 의미는 납세자에게 해주는 배려다. 그 배려를 의심 한 것이다.

남에게 베푼 배려나 친절이 상대에게 왜곡되게 받아들여지거나 혹은 하찮게 비쳐질 때 그동안의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고 서운한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나의 잘못되고 급한 성격이 더욱 민망스럽고 더욱 송구스러운 것이다.

나는 정작 남을 위해 말 한마디 따뜻이 베풀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자신에게 베푸는 것을 의심한 것이다. 이는 나의 지나친 이기심과 독선과 아집 때문이리라,

나는 이기적인 본성 탓에 매사에 자신을 중심에 두고 세상을 바라보기 일쑤였던 것만 같아서 오늘 따라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그래서 진정한 삶 관계를 위해선 먼저 ‘나’를 버려야겠다고 결심해본다.

상대방과 같은 곳을 바라보려면 ‘나’라는 존재는 가장 낮은 곳에 두고 상대를 받아드려야 한다. 그게 어긋날 경우 인간관계의 신뢰는 무너지게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이런 경우에 받게 된 상처나 아픔에 대하여
수필가 임정숙 의 수필집 『흔드는 것은 바람이다』에 수록된 ‘수첩 속의 이름’이란 수필 만 하여도 그렇다.

평소 임정숙 수필가는 과묵하고 속이 깊어 정이 많은 사람으로 알려진 문인이다.

이는 그녀의 작품집 편 편마다 작가의 인품이 글 속에 고스란히 느낀 소감이 녹아있다.

이 책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까이 지냈던 사람이 내세운 아름답지 않은 마음의 발톱으로 인해 입게 된 실망과 상처가 곳곳에 아픔으로 각인돼 있다

이 작품을 읽었을 때 대인관계의 기본적인 본질에 대해 깊이 고뇌해 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있었음에도 나는 이제까지 매사에 자신을 중심에 두고 세상을 살아온 것만 같아서 나의 친지, 나의 가족, 내가 아는 모든 지인들에게 죄진 것만 같은 생각이 오늘따라 더욱 클로즈업 된다.

나는 지금 진정한 삶의 관계를 위해서 먼저 ‘나’를 버려야 한다고 결심 해본다.

삶에 신뢰를 형성하려면, 나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서라도 ‘나’라는 존재는 가장 낮은 곳에 두고 살아야한다는 것은 나의 삶에 진리인 것은 분명하다.

이 진리 옆에 지켜야 할 작은 하나가 있다. 그것은 정(情)과 의(義)를 쉽사리 저버리는 속좁은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情)과 의(義)를 쉽사리 저버리는 사람은 배은망덕에 앞서 인격 미숙아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나의 속을 들여다보면 지나친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사회를 흔들고, 가족을 흔들고, 아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내 속의 못된 성격에 대하여 정리해 주십사하는 염치없는 기도를 해 본다.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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