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거 박종환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청소년 축구대표 팀이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강의 위업을 달성하자 우리는 그때 “신화를 창조했다”며 기뻐했다.
그 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성인 태극전사들이 역시 준결승전에 진출, ‘4강 신화’를 재현하자 한국 축구사를 다시 썼다며 감격해 마지않았다.
이런 일을 모두 과거지사로 치자. 그렇다면 2010 올해는 어떠한가.
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성인 남자축구대표팀은 숙원이었던 원정 첫 16강을 일궈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기에 힘입었음인지 여자축구도 세계무대에서 승승장구 했다.
뒤이어 벌어진 FIFA U-20 여자월드컵 에서도 당당히 3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20세 이하 여자축구 세계 3위가 남녀를 통틀어 당분간 FIFA 주관대회 최고 성적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국민들이 많았다.
2
그러나 그게 아니다. 그 밑에 동생들인 U-17 여자축구 팀이 당당히 버티고 있었다.
20세 이하에 지소연이 있듯 17세 이하엔 여민지가 있었다.
최덕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의 U-17 여자축구팀은 여민지의 활약에 힘입어 나이지리아를 꺾고, 강적 스페인을 격파 하는가 하면 대망의 결승전에서 일본까지 물리치고 한국축구 역사 128년 만에 FIFA 주관 대회에서 첫 우승컵을 검어 쥐는 쾌거를 이룩했다.
한국시간으로 26일 아침 벌어진 FIFA U-17 여자월드컵 한-일 전은 그야말로 선수-감독-코치-펜 모두에게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일진일퇴 가슴조이는 전투가 계속 됐지만 전후반 3대3,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연장전에서 양 팀은 말 그대로 사투였다. 반칙을 하고 넘어지면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거의 모든 선수들이 기진맥진이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후반-연장전까지 120분간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결국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바로 이 승부차기에서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잘 싸워 주었다. 일본 수문장이 한골을 선방 했으나 5명의 우리 키커들이 슛을 성공시킴으로써 두 골을 실축한 일본을 5대4로 제압, 세계 정상에 우뚝 서면서 128년 한국축구사를 다시 한번 새로 쓰게 만들었다.
비록 어린 선수들이었으나 기필코 우승컵을 조국에 바치겠다는 강인한 정신력의 승리였다.
이번 17세 이하 어린 동생들의 대첩을 거울삼아 앞으로 20세 이하 언니들은 물론 여자국가대표팀의 큰 언니들까지도 앞으로 월드컵 추구를 제패할 수 있도록 정진하고 무장해 주기 바란다.
여자축구만이 아니다. 남자축구도 마찬가지다. 월드컵 4강 진출과 원정 첫 16강에 만족할 일이 아니다.
우승까지 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축구협회와 정부의 지원도 배가 돼야 한다.
그래서 남자 축구에도 여민지처럼 월드컵에서 득점왕-최우수선수-우승 등 3관왕에 등극할 수 있는 대 스타가 탄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