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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강정마을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해군기지 입지 재선정 작업에 착수 했다. 도가 상정하는 새로운 해군기지 입지 후보 대상마을은 서귀포시 사계·화순과 위미마을 등 두 군데다.
도는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해군기지 유치여부에 대한 마을 차원의 의향을 묻기로 했다.
10일까지 이와 관련한 공문을 보내고 13일부터 10월 2일까지 마을 총회와 주민투표 등 의견 수렴을 통해 유치여부를 결정토록 한다는 일정을 세웠다.
그리하여 10월5일까지 해군기지 후보지를 최종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군기지 입지선정 로드맵은 강정마을회의 요구를 수용한 도의 고육지책이지만 우리는 이 같은 도의 일정추진에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도의 행정력 낭비와 정력소모는 물론 해당 마을주민들 간 갈등과 분열의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강정마을 주민들 간 분열과 갈등의 전선을 사계·화순 마을과 위미지역으로 확대시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결과 예측이 가능한 사안인데도 새로운 주민갈등의 소지를 제공함으로써 “우도정은 소신 없이 기회주의적 작태만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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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건설을 극렬하게 반대해온 강정마을회는 지난 8월17일 주민투표를 실시 ‘해군기지를 둘러싼 강등해소 대안’을 제시했다.
“도 전역을 대상으로 객관적 조사에 의해 해당지역주민들의 동의로 입지를 선정하고 해당마을 주민들이 반대하면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건설 사업을 진행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5개 항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다른 지역에서 반대하면 강정마을이 사실상 해군기지 건설을 수용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장기적인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투쟁이 마을주민 간 갈등과 분열만을 고착화시키고 이로 인해 반대명분과 동력이 약화되자 내린 강정마을회의 ‘해군기지 출구전략’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강력하게 반대하다가 해군기지 건설수용으로 180도 입장을 바꿀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언제까지 반대투쟁만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후퇴의 명분을 ‘다른 지역 입지 선정 요구’로 찾으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갈등해소 대안’의 행간을 들여다보면 해군기지 수용을 위한 명분 쌓기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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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 도가 이러한 강정마을회의 곤혹스런 입장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면 다른 새로운 입지선정 작업이라는 하책을 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정마을회가 입장 바꾸기 명분용으로 주문하는 도내 다른 지역 입지선정은 사실상 무망한 것이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사계·화순마을과 위미지역은 이미 지역주민들의 완강한 반대로 해군기지 입지선정이 무산됐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도가 이들 마을을 상대로 해군기지 입지선정 의견수렴을 한다는 것은 이들 지역에서 또 다시 주민갈등과 분열을 획책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반대의 경우도 상황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럴 리가 없다는 확신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 이들 마을에서 해군기지 찬성의견이 많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해군 등 정부의 수용여부에 관계없이 이미 어업피해보상이나 수용토지 보상이 이뤄진 상태에서의 강정마을의 분란, 새로운 입지 선정마을 주민 간 새로운 갈등 등은 어떻게 다스리겠다는 것인가.
따라서 도는 새로운 입지선정 작업보다는 강정마을회를 설득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었다. 그것이 설득과 화해와 소통의 리더십이다.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돼서 하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