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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제주도당이 제주도의회의 어느 부도덕한 의원을 두고 “당장 사퇴하라”고 논평한 것은 옳다.
한나라당 제주도당은 문제의 도의원에 대해 사퇴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선출해 준 지역 주민은 물론, 모든 제주도민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내 놓고 있다.
혹시 당사자 자신은 한나라당 제주도당에 대해 섭섭하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할 것이다. 아니 분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경우가 매우 다르다. 민주당 소속 해당 도의원이 건설업체 대표 시절, 태풍 ‘나리’ 피해 복구 기금 1394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면 달리 할 말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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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는 지난 2007년 제주도에 엄청난 풍수(風水) 피해를 가져다 준 대형 태풍이었다. 이재민들이 속출했고 시설물들이 엄청 파괴되었다.
도내에서는 재민(災民)구제와 향후 태풍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복구 작업에 열을 올렸다. 어떤 피해 지역에서는 복구비가 부족해 걱정이었다.
이런 와중에 한 건설업체 대표가 바로 그 ‘나리 태풍’ 재난기금에 손을 댔다면 인사 청탁이나 다른 일로 뇌물을 받은 것 보다 더 나쁘다. 비록 재난기금 횡령액이 1400만 원에 조금 부족한 얼마 안 된 돈이라 해도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 건설업체 대표가 지난 6.2지방 선거 때 제주도의회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해 당선 됐으니 정말 정치란 것도 알쏭달쏭하다.
그 후 문제의 도의원은 재난기금 횡령혐의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았고, 그 결과 무혐의가 아니라 법원에 기소되었다. 그리고 벌금형을 받았다. 물론, 장본인은 결백을 주장하면서 항소로써 무죄를 입증해 보이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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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은 그런 말을 할 계제가 아니다. 아무리 1심 재판이라지만 선고를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니다. 충분한 이유가 있기에 벌금형을 선고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제는 당사자가 다른 도의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양심 인으로 돌아가려는 참회가 필요하다. 그 길 중의 하나가 ‘도의원 사퇴’라는 용단이다.
한나라당의 이번 논평이나 주장은 결코 정치적 공세이거나 정치적 술수라고 보아지지 않는다. 오직 바른 말일 뿐이다. 만약 한나라당 소속 중에도 그런 도의원이 있다면 당연히 민주당도 같은 생각, 같은 주장을 하게 될 것이며 그게 정상적이다.
솔직히 말해 우리도 한나라당에 그런 도의원이 있다면 서슴없이 의원직 사퇴와 대도민(對道民) 사과를 요구 할 것이다. 하물며 민주당이라고 예외일 수가 없다.
장본인을 위해서는 안 된 얘기지만 재난기금을 횡령하고 벌금형까지 받았으면 사퇴하는 게 공인으로서 바른 길이다. 민주당 동료 의원들도 그런 쪽으로 인도해 주는 것이 공당으로서의 금도(襟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