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명품 사모님 열풍
[세평시평] 명품 사모님 열풍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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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칠 전 한 중앙일간지 기사 내용이다. 30대 초반 골드미스가 해외 출장길에서 산 270만 원 짜리 샤넬가방을 1년 이상 사용하다가 싫증이 나서 중고 명품매장에 팔려고 가방을 가져갔더니 ‘상태가 괜찮다’며 340만원에 팔았다는 것이다. 명품의 국내 가격이 워낙 비싸서 외국에서 직접 살 경우, 사용하다가 중고로 내놓아도 구입가격보다 비싸게 팔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명품 스타일 유행되다보니 ‘샤테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샤넬+재테크의 합성어로, 샤넬의 국내가격이 해외에 비해 비싼데다가 국내가격이 계속 오르다보니, 면세점이나 해외에서 산 제품을 사용하다가 중고로 팔고도 돈을 번다는 의미이다.

이는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서는 명품을 소지해야 품위가 유지된다는 시류가 유행되고 있다. 우리들의 생활하는 모든 분야가 명품 열풍이다. 의식주가 모두 명품이라야 대우 받는 사회의 역작용으로 짝퉁이 범람한다. 짝퉁 범람은 불신 사회를 만든다.

지난달에 SBS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기 행각을 벌인 일명“명품사모님”의 이야기가 공개되었다. 서울 중심가의 한 호텔에서 50대 여성이 긴급 체포 되었다. 하루 숙박비 24만원, 초호화 고급호텔에서 3년 동안 명품으로 치장했다는 그녀는 호텔직원들 사이에서 “명품사모님”으로 통했다.

그녀의 명품치장은 기막힌 사기행각(청와대 비밀요원 사칭)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8억4천 만 원이나 사기를 당한 사람은 그녀의 명품치장에 속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너도 나도 의류도 명품 브랜드를 입고. 유명한 음식을 메뉴를 먹어야하며, 명품 아파트에 살아야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명품아파트에 사는 것이 자신의 신분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명품거리 조성에 몇 십억씩 투자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우리 제주에서도 ‘해올렛’ ‘제주마씸’ 등 명품 브랜드 개발에 정성을 모으고 있다. 명품이라야 팔수 있기 때문이다.

명품의 인기는 요즘에 와서 유행되는 것은 아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불어온 세계2차 대전당시에도 명품유행은 여전 했었다. 세계2차 대전 종전당시 얘기다.

1945년 9월 2일 일본의 요코하마 항. 미국의 전함 미주리호에서 맥아더가 일본의 항복문서에 서명을 할 때 명품 만년필 ‘파커’를 사용했다 . 태평양전쟁이 막을 내리는 장면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관심은 대전의 종전에 대한 관심보다는 맥아더장군의 ‘파카’ 만년필에 쏠렸다는 것이다. “저 만년필은 뭐지?” 하는 관심이 대단했다는 말이다.

또 그 당시에 ‘파커’는 오페라의 거장 푸치니가 ‘라 보엠’을 오선지에 옮길 때도, 스코틀랜드의 세계적인 문인 코난도일이 소설<셜록 홈즈>를 집필할 때도, 맥아더가 역사적인 서명을 할 때도 자사의 만년필을 쥐고 있었다고 선전했다고 한다.

또 지금까지도 인터넷에서 흥행이 유지되는 1950년도의 영화 ‘7년 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은 작품성보다 한 장의 사진으로 더 유명하다. 지하철 통풍구 위에서 바람에 날리는 스커트 자락을 움켜쥔 마릴린 먼로의 자태는 아슬아슬한 섹시함의 원형이다.

하지만 여성들의 관심은 달랐다. “저 구두의 브랜드는 뭐지?” 오드리 헵번의 못생긴 발을 예쁘게 감쌌다는 이탈리아의 구두패션 디자이너 페라가모는 먼로를 거치며 구두의 대명사가 된다.

‘버버리(레인코드 제품)’는 남성용코트 유명브랜드다. 그런데 영국의 왕 에드워드 7세가 입버릇처럼 “내 버버리를 가져오게” 하면서 제품 보통명사가 되었다고 한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버버리’를 살린 것은 일본의 아줌마들이라고 한다.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일본에서 소비했다는 것이다. 여기엔 우리나라도 일조했다는 것이다. 노숙자도 두른다는 ‘버버리’ 머플러를 적어도 100만 장 이상 우리나라에서도 구입했다는 말이다.

물론 명품은 물품을 넘어 예술품이다. 실질적인 사용가치를 뛰어넘는 가치를 지녔다. 하지만 지나치게 매달리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오죽하면 노자가 도덕경에서 “재화를 귀하게 하지 않음으로써 백성이 도둑질하지 않도록 하라(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 불귀난득지화 사민불위도)”고 했을까.

그럼에도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명품 사모님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최저생계비를 벌어도 너도나도 가방은 수 백 만 원대 ‘루이뷔통’이다. 이런 ‘따라 하기’는 심리학적으로 ‘동조행동’이라 하는데, 타인의 반응에 자신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바로 ‘왕따’의 두려움 때문이다. 한편으론 명품으로 내면의 부족함을 가리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다. 차라리 돈 안 드는 노력으로 몸을 명품으로 빚으면 싸구려 셔츠가 명품이 되고, 독서로 정신을 명품으로 가꾸면 명품을 안 입어도 향기를 풍기는 신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즘 명품사모님열풍에 홀린 군상들을 보면서 천민자본주의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우울하다.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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