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자살과 시쉬포스
[세평시평] 자살과 시쉬포스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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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삶은 소중하다. 그 소중한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자살은 이제 신문 한 귀퉁이의 기사거리도 안될 만큼 흔해졌다.

아무리 세상이 어렵더라도 자살은 인정해 줄 수가 없다. 세상은 편한 사람만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하루 평균 3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자살 1위 국가가 된 것이다.

부끄러운 1위이다. 더욱이 전직 대통령까지 자살한 세계역사상 유례가 없는 부끄러움이 추가됐다.

10~19세 청소년의 사망 원인에서 자살은 교통사고에 이어 2위였으며, 청소년의 20%가 한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해마다 100만 명 가량이 자살한다고 한다.

 지구의 어느 곳에선가 40초마다 한 사람이 목숨을 끊고 있다는 결론이다,

자살하는 사람은 대개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고 한다.

물론 우울증을 앓는 다고 모두 자살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우울증 환자의 20% 정도가 자살을 시도하거나 실행에 옮긴다고 한다.

자살에 관한 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어떤 이유로든 동조할 수가 없다.

자살도 독한 마음을 가진 사람만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자살할 용기로 삶을 택했으면 되지 않느냐’는 동정도 맞지 않다.

미국 대학의 심리학자인 토머스 조이너는 자살계획을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는 의지가 확고한 사람만이 자살에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자살의 뜻을 이룬 사람은 공통적으로 두려움을 모르고 고통에 무감각하고 설명했다. 물론 자살에 대한 동조가 아니라 자살이론이 그렇다고 할 뿐이다.

흐린 날도 언젠가는 반드시 갠다. 장마기에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며칠 계속되면 갠 날이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착각될 때가 있다.

사람들은 그 착각을 이겨내지 못하여 짜증을 내고 힘들어한다.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일은 만만치 않다.

바쁘고 치열한 일상에서도 집에 오면 결국 혼자이고, 때로는 힘들고 외롭다.

제주에서도 일년이면 수십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참고로 2004년 상반기에만 50명이 자살을 했다는 통계가 있다.

안타까운 것은 칠팔십 노인들도 자살을 하는데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오늘의 우리 세대를 있게 하기 위해 전력투구한 세대다.

늙고 병들었다고 버림받고, 자녀들의 봉양을 받는 일이 눈치에 겨워 힘들게 할 수는 없다.

노인은 어른의 어른이다.

어른이 편히 쉴 수 있는 현실이 되어야, 막바지 노인세대로 접어들기 전인 장년층도 일할 맛이 살아날 터이다.

노인들의 90%가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노인 자살자의 절반이 병고를 이기지 못해 자살을 택했다는 것은 새겨 생각해 볼 일이다.

홀로 사는 노인의 자살율이 일반 노인의 3배라는 통계는 부양 의무자에게 많은 암시를 준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 사회( 총인구 대비 7%)로 진입했고, 2004년 노인인구는 4백17만 명이었다.

보건복지부가 2994년에 실시한 ‘노인생활실태조사’에서 노후준비를 했다는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내리사랑’이라고 합리화하면서 노후준비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허위허위 달려온 늘그막일 뿐이다.

늘그막이 외롭고 병고까지 겹치면 힘들어져 자살을 택하는 건 아닐까.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거인 시쉬포스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시쉬포스는 저승 왕을 속인 죄로 산꼭대기로 바위를 굴려 올리는 형벌을 받았다.

그러나 바위는 산꼭대기에만 이르면 다시 굴러 내려왔기 때문에 시쉬포스는 그 바위와 씨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오르페우스가 노래를 부르고 있을 동안에는 굴러 내려오던 바위가 노래를 듣느라고 잠시 중턱에서 멈추었고 시쉬포스도 거기에 걸터앉아 노래를 들었다.

시쉬포스에게 힘든 것은 바위를 굴려 올리는 고역이 아니었다.

굴려 올려봐야 다시 떨어질 뿐이라는 절망이었다. 그 절망 속에서도 자살했다는 얘기는 신화에 없다.

오늘 우리에게 삶이 지치고 힘들지라도 가끔은 쉬어가면서 유연한 삶을 살아가야 되리라.

오 태 익
태영농장주/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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