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의 감귤은 생산량이 매우 적을 것이어서 걱정이라고 한다. 착화량에 근거하여 조사한 감귤 예상 생산량이 50만톤을 밑도는 것으로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물량이 적어지면 생산자 입장에서는 총 소득이 줄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싼 감귤을 사먹어야 한다. 적정 생산량을 58만톤이라고 생각한다면 평년보다 적을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러나 열매가 많이 맺힌 농가에서는 올해 감귤 가격이 좋아 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벌써 좋아하고 있다. 중간 도매상인들이 벌써 kg 당 x,xxx원에 사들인다고 공공연한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한다. 겉은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은근히 걱정이 된다. 좋은 값만 계속 유지되면 농업인 입장에서는 나쁠 이유가 없지만 길게 보면 달콤한 사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년도 감귤 상황은 다른 농작물과 마찬가지로 시작이 좋지 않았다. 꽃 피는 시기가 예년 보다 열흘 가량 늦었기 때문에 그만큼 과실이 생육 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져서 품질이 좋을 여건이 아니다. 엄마 배속에서 젖을 먹고 충분히 발육해서 세상에 나올 때 훌륭한 우량아가 나온다. 과실도 마찬가지다. 세상 밖으로 나올 때 까지는 온갖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부터 감귤나무에 해야 할 일들은 많다. 제 때에 실시하는 병해충 방제는 물론, 열매솎기, 시비관리, 토양관리, 무성한 가지 정리 등등..... 당장 열매솎기가 중요하다. 열매가 적게 달리는 해에 무슨 열매솎기냐고 할는지 모른다. 아니다. 예년처럼 많이 실시 할 필요는 없지만, 한 가지에 몰려서 맺힌 열매, 너무 작거나 큰 열매, 병해충 피해과, 기형과 등은 당연히 솎아줘야 한다. 그대로 뒀다가 연말에 팔아 볼 요량이면 일찌감치 접어 두시라.
그리고 또 하나 ! 근래의 기상은 매우 불규칙해 가고 있다. 가을철에는 태풍도 불지만 강우가 종잡을 수 없이 내릴 때가 있다. 이럴 때 찾아오는 것이 역병이다. 평년에는 잘 발생하지 않지만 5일 이상 강우가 지속되면 다 자란 열매가 썩어 떨어진다. 안심 할 수 없다.
소비자는 냉정하다. 우리의 평소 고객이 영원한 고객은 아니다. 보다 더 좋은 제품이 생겨나면 소비자는 항상 다른 곳에 눈을 두게 마련이다. 여러분 역시도 생산자이기 전에 소비자이다. 가격에 비해 좋은 상품에 눈이 먼저 기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 가을철에 충분한 일조 조건이 주어져서 품질을 좋게 하는 것은 하늘이 하는 일이지만 우리의 일은 충실히 하자.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였다.
앞으로의 감귤원 관리가 좋은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조금 더 정성을 쏟자.
김 광 식
농촌진흥청 감귤시험장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