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가 반드시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인생에 비유해서 말한다면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오늘날 노후는 누구에게나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자력으로 해결하기엔 벅차고, 나라에서도 해결을 못한다.
올해 7백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가 본격적인 은퇴 기를 맞는다고 모 중앙지는 전한다.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최전선에서 앞만 보고 달려온 베이비붐 세대에게 인생 2막은 낯설기만 하다.
제주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제주 농업인의 80% 이상의 감귤농사꾼이다.
문제는 대부분 60대 이상의 노년으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건강문제에 부딪친 사람도 많다.
농업이 좋은 이유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당연히 정년퇴직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70세가 넘은 고령이면서 감귤농사를 짓는 사람이 적지 않으며, 직장에서 퇴직 후 농촌으로 돌아오는 사람도 점차 늘고 있다.
최근 ‘농림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특별법’에 의해 농업인의 정년 기준이 65세로 법제화되었지만, 이는 손해보험사의 보험금 산정과 관련된 기준에 불과하다.
농업엔 정년퇴직이 없다고 해서 농사꾼에겐 별도의 노후대책이 필요 없는 건 아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농업인도 언젠가는 일손을 놓아야 되고,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소득이 끊길 수도 있다.
따라서 농업인도 경제력이 있을 때 자신의 노후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함은 물론이다.
제주 농업인의 70%이상이 60대 이상이라는 통계를 본 일이 있다.
부득불 농사에서 손을 떼야 할 70대에게 무슨 대책이 있는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무 대책이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쓰는 본인은 충분한 노후대책이 돼 있다.
자녀가 결혼하면 일체의 도움이 없기로 약속이 돼 있고, 농장 등 약간의 재산과 국민연금은 물론이고 노후보험에도 가입돼 있다.
노후는 모르는 새에 도적같이 올 수 있다.
당신은 은퇴할 준비가 됐습니까? 자녀 결혼 비용 등으로 다 쓰고 빈털터리의 입장은 아닙니까?
산다는 일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 보니 애써 키운 자식도 부모를 외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습니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격언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산다는 일은 장난이 아닙니다.
노후대책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민연금이라 할 수 있고, 국민연금은 국가가 관리하는 공적연금이기에 안전합니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돼 1995년부터는 농·어업 인에게 확대되었다.
그런데 올해 6월말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한 농·어업 인이 25만 여 명 뿐이라는 사실은 농·어업 인들의 은퇴준비가 얼마나 미약한가를 웅변으로 증명해 준다. 특히 전국의 농업 인이 대략 3백만 명이라는 걸 감안하면 너무 미미하다.
또 하나 안타까운 것은 국민연금에 가입한 농·어업인 가운데 상당수는 매월 납입하는 연금보험료에 일정 비율의 국고보조금을 지원 받을 수 있음에도, 제도를 잘 몰라 혜택을 못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연금에 대한 농·어업인의 인식 부족과 국민연금공단의 홍보부족이 겹친 결과이다.
국민연금만으로 은퇴 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노후대책인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노인가구의 연금보험 가입비율이 30%에 못 미침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농업 인들도 국민연금을 비롯한 적극적인 노후대책이 필요하다.
잘난 사람들은 노후대책의 강연을 하면서, 노후대책을 위해선 4~5억 원의 돈이 필요하다고 심드렁하게 얘기한다.
누가 돈이 있어도 쓸 줄 몰라서 저축을 못했는가. 4~5억 원이 어떤 돈인가. 일부 사람에게만 평생 모을 수 있는 돈이다.
평범한 직장인은 애써 평생 모아야 1억 원을 넘지 않는다.
어떻게든 노후 대책은 쉽지 않다.
오 태 익
태영농장주/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