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무심코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눈에 띄는 한 여학생이 보였다. 컵라면을 먹으며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마침 컵라면을 다 먹었음인지 손을 밑으로 내리는가 싶더니 아무 죄의식이나 미안함도 없이 마치 길거리
가 쓰레기통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인도 바닥에 그대로 버리는 것이 아닌가 ? 그때 그 광경이 너무나 황당해서 “학생, 그걸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길거리에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 하고 한마디 했더니 학생은 내가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그러냐는 듯이 아무런 대답도 않고 가버리는 것이었다.
이를 일일이 따지자면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길거리를 걸으며 다 피운 담배꽁초를 길바닥에 버리는가 하면 차를 타고 가면서 차창 밖으로 오물을 아무렇게나 던져버리는 어린이나 어른들도 이 학생과 별반 다를 것도 없지만, 이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우리의 기초질서의식의 현주소 인지 그 끝이 어디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러한 우리의 기초질서의식이 어디 그 것 뿐이겠는가? 길거리를 질주하는 자동차들이 주행하다가 엄연히 중앙선이 있고 신호등이 있는데도 아무데서나 중앙선을 넘어 무단횡단을 일삼는 자가용이나 택시들, 길거리를 종횡무진 질주하는 오토바이들의 아찔한 곡에질주는 도를 넘어 무법천지이고, 사람들이 다녀야 하는 인도에 아무렇게 불법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들,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황색 등에 출발하는 자동차들, 동네 골목골목 아무렇게나 주차되어 있는 관광버스나 영업용 화물자동차들, 주택가 골목길에 양쪽으로 빽빽이 주차된 자동차들, 만약에 인근주택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과연 소방차가 진입하고 불을 끌 수 있을까? 결국은 그 피해가 자기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그때 가서 후회해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거늘, 이 모두가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내가 조금만 불편해도 여러 사람들을 위해 조금만 양보하고 배려한다면 이런 무책임한 행동을 하지 않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나만 편하면 남이 불편하건 말건 남의 일이라는 위험한 마음가짐이야말로 선진국으로 가야할 선진시민의식의 최대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소득이 높아 선진국이 되는 것은 노력만하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올림픽을 치러내고, 월드컵을 치러낸 우리민족의 저력으로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기초질서의식이 선진화 되지 않는 한 우리는 영원한 후진국일 수밖에 없다.
가정에서부터 기초질서의식을 인식시키고, 나아가 사회구성원 모두가 한사람 한사람이 실천에 앞장서 나간다면 안 될 것이 없으며 못할 일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오늘부터 라도 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차근차근 기초질서 지키기 선두주자가 되어 시민의식이 선진화되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서 영 관
제주시 한림읍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