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강정주민 투표로 통과한 해군기지 수용 안(案)에 비록 몇 가지 전제조건이 붙기는 했지만 이들 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해군기지를 수용한다는 뜻이어서 사실상의 ‘허락’으로 해석해도 크게 빗나가지 않을 듯하다.
강정마을회가 주민투표 직후 제주도와 도의회에 건의한 ‘해군기지 수용 안’의 전제조건은 첫째, 타 지역을 대상으로 공모(公募) 및 주민 여론수렴 등 정당한 방법에 의해 입지를 재선정 하되 그곳 주민 의견이 반영된 지역발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치 희망 지역이 없을 경우는 강정 해군기지를 수용할 것이나 당국과 마을회가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함은 물론, 강정주민 의사가 반영된 종합 발전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겉으로 보기에 강정해군기지 수용에 따른 전제조건들이 풀기 어려울 것 같지만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입지 재선정 문제만 해도 화순 항 해군기지 반대 안덕면 대책위는 강정주민투표 소식이 전해지자 아예 선수를 쳐 “유치 불가”를 못 박았다. 위미1리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아마 그 밖의 항구 소재지 주민들도 안덕면 대책위 및 위미 주민의 생각과 별 차이가 없을 줄 안다. 그렇다면 입지 재선정을 위한 공모(公募)나 여론 수렴 등은 이미 필요성을 상실한 셈이다. 요식행위만을 위해 시간과 예산과 인력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강정주민들의 ‘해군기지 수용’은 기정사실화 됐다고 볼 수 있는데, 나머지 문제가 있다면 바로 주민투표 통과의 또 다른 전제조건인 지역주민들의 뜻을 반영한 ‘지역 종합 발전 계획’ 한가지다.
강정주민들이 최종적으로 해군기지를 수용, 유종(有終)의 미(美)를 거둘 것인지, 혹은 다시 종전의 ‘결사반대 투쟁’으로 회귀할 것인지는 오로지 여기에 달려 있다.
강정해군기지 마지막 난제인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할 곳은 역시 우근민 도정일 수 밖에 없다. 정부-해군-강정마을회 간에 거중조정(居中調整)을 잘해 큰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강정해군기지 해법을 우근민 도정은 갖고 있다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