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현직 지사들의 갈등이 참으로 우려스럽다. 6.2지방선거 이후 전-현직 지사들을 포함한 지도층들의 갈등은 갈등의 한계를 넘어서서 정면충돌이라는 위험한 수준에까지 이른 느낌이다.
지도층 갈등의 첫 증상은 6.2선거 직후 제주개발공사 감사를 둘러싼 시비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제주도지사후보 경선에서 떨어지자 현명관 도지사 후보 캠프에 합류했던 고계추씨는 우근민지사의 제주개발공사 감사 요청과 관련, “정치적 보복”이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크게 반발했었다.
그 후 두 번째 표면화 된 갈등 증상이 신구범 전 지사의 우근민 현직 지사 고발이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신구범 전 지사는 이미 2차에 걸쳐 우근민 지사를 검찰에 고발했고, 3차 고발까지도 예고해 놓은 상태다.
특히 지난 13일 격(激)한 표현까지 써 가면서 우근민 현 도정을 강도 높게 비판한 김태환 직전 지사의 기자간담회에 이르러서는 앞으로의 제주사회가 결코 심상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
2
제주개발공사 감사를 둘러싼 고계추 전 사장의 '정치보복 반발’은 그렇다 치더라도 신구범-김태환 두 전직 지사의 우근민 지사에 대한 검찰 고발과, 격(激)하기까지 한 정면 비판은 이미 전-현직 지사들 간에 정면충돌하고 있음을 보여 준 것 같아 제주의 앞날이 암담하다.
무엇보다도 엊그제 김태환 전 도지사의 격한 우근민 현 도정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의 밑바탕에는 두 가지 사안이 깔려 있는 듯하다.
우근민 도정이 김태환 전 도정에 대해 재정난-무 비전-경제성장 둔화-사회통합 실패 등 이른바 4대 위기론 제기와 이달 초 우근민 도정이 단행한 공무원 인사 불만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도 인사문제에 관한한 우근민 도정이 결코 잘했다고만 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점은 우근민 지사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줄 안다.
그러나 우리는 우근민-김태환-신구범 등 전-현직 지사의 충돌 현상을 보면서 누구는 옳고, 누구는 그르다고 곡직(曲直)을 가리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이 충돌하면 할수록 그 피해자는 이들 전-현직 지사 본인들이 아니라 전체 도민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사실 이들 세 전-현직 지사들은 넘어서는 안 될 강(江)을 이미 건넌 것 같다. 하지만 이를 방치했다가는 세 정상급 지도자들과 이들을 싸고도는 파벌에 의해 제주도 전체가 ‘진흙탕 속 개싸움 장(泥田鬪狗場)이 될 듯싶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3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 어떤 해결책이 반드시 강구돼야 한다. 그 방책 중의 하나가 신-우-김 3명의 전-현직 도지사 캠프에 포진하고 있는 지도층들의 역할이다.
무조건 우리만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털고 3자 화해의 길로 나가도록 중재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 때야말로 제주는 위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선거 때 각 후보 캠프에 줄서기를 했다가 운이 좋으면 한 자리 얻으려는 속셈에 머문다면 그건 진정한 지도층이 아니다.
오늘날처럼 제주가 어려울 때 각 캠프에 줄섰던 인사들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갈등해소, 충돌 방지에 나서야 한다.
이러한 노력까지 포기한다면 지도층이 어떻게 공무원들에게만 “선거 때 줄서지 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전-현직 도지사간의 갈등과 충돌은 강정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버금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