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이책을 권한다(1) - 신경숙 작가가 추천하는 김은국의 '순교자'
8월 이책을 권한다(1) - 신경숙 작가가 추천하는 김은국의 '순교자'
  • 고안석
  • 승인 2010.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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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양성우)는 󰡐8월의 읽을 만한 책󰡑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했다.

󰡐8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는 당대에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민화에 대한 치열한 기록이 현대의 옷을 입은 민화 그림과 함께 선보이는 󰡐민화에 홀리다󰡑를 비롯해, 구한말 망국의 위험에서 대한제국을 구하려 했고 한국인보다 더 한국의 혼을 되살리려 애썼던 한 미국인의 분투기인 󰡐파란눈의 한국혼 헐버트󰡑, 지난해 타계한 재미작가 김은국의 대표작 󰡐순교자󰡑, 비무장지대의 생태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함께 그려낸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등이다.


김은국의 󰡐순교자󰡑는 46년 전에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었던 책이다. 영어로 먼저 쓰여졌다는 얘기다.

출판당시 순교자는 언론과 서평자들로부터 도스토옙프스키, 카뮈의 위대한 전통위에 있다는 평가와 더불어 󰡐20세기 작품군에 포함될 만한 눈부시고 강력한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사이 작가는 타계했고 1964년에 첫 한국어판이 나온 후 지금 다시 세계문학선집에 섞여 재출간됨으로써 󰡐순교자󰡑의 명성을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독자들에게 확인 혹은 재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순교자󰡑는 6․25라는 특수한 우리의 민족사적 배경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사적 보편적 문제를 깊이 있게 천착한 작품이다.

남북간의 이데올로기적 대립문제를 넘어 신이 사라진 시대에, 신이 침묵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의 구원가능성을 묻고 있는 󰡐순교자󰡑는 그 묵직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간의 대화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 읽는 속도감이 매우 빠르다.

마치 무대 위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할 뿐 아니라 서사의 속도가 거칠 것 없이 빨라서 한 권의 책을 읽는 시간이 단숨으로 느껴질 정도다.

󰡐인간이 당하는 고통에 과연 의미가 있는지󰡑의 질문을 끝까지 천착해가지만 󰡐순교자󰡑의 진실들은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밝혀질 듯이 그러나 밝혀지지 않는 󰡐난처한 진실󰡑들 속으로 읽는 이조차 공범자가 되어 빠져드는 순간들을 통과해 나고 난 뒤에 찾아 드는 허무.

그러나 그 허무를 뚫어내는 인간을 향한 이해와 존중, 우리가 진리라 믿는 것들의 낯선 미스터리들과의 조우를 통한 생의 이면들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자료제공=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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