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양성우)는 8월의 읽을 만한 책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했다.
8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는 당대에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민화에 대한 치열한 기록이 현대의 옷을 입은 민화 그림과 함께 선보이는 민화에 홀리다를 비롯해, 구한말 망국의 위험에서 대한제국을 구하려 했고 한국인보다 더 한국의 혼을 되살리려 애썼던 한 미국인의 분투기인 파란눈의 한국혼 헐버트, 지난해 타계한 재미작가 김은국의 대표작 순교자, 비무장지대의 생태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함께 그려낸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등이다.
김은국의 순교자는 46년 전에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었던 책이다. 영어로 먼저 쓰여졌다는 얘기다.
출판당시 순교자는 언론과 서평자들로부터 도스토옙프스키, 카뮈의 위대한 전통위에 있다는 평가와 더불어 20세기 작품군에 포함될 만한 눈부시고 강력한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사이 작가는 타계했고 1964년에 첫 한국어판이 나온 후 지금 다시 세계문학선집에 섞여 재출간됨으로써 순교자의 명성을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독자들에게 확인 혹은 재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순교자는 6․25라는 특수한 우리의 민족사적 배경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사적 보편적 문제를 깊이 있게 천착한 작품이다.
남북간의 이데올로기적 대립문제를 넘어 신이 사라진 시대에, 신이 침묵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의 구원가능성을 묻고 있는 순교자는 그 묵직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간의 대화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 읽는 속도감이 매우 빠르다.
마치 무대 위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할 뿐 아니라 서사의 속도가 거칠 것 없이 빨라서 한 권의 책을 읽는 시간이 단숨으로 느껴질 정도다.
인간이 당하는 고통에 과연 의미가 있는지의 질문을 끝까지 천착해가지만 순교자의 진실들은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밝혀질 듯이 그러나 밝혀지지 않는 난처한 진실들 속으로 읽는 이조차 공범자가 되어 빠져드는 순간들을 통과해 나고 난 뒤에 찾아 드는 허무.
그러나 그 허무를 뚫어내는 인간을 향한 이해와 존중, 우리가 진리라 믿는 것들의 낯선 미스터리들과의 조우를 통한 생의 이면들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자료제공=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