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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와 도의회가 2일 정책협의회를 갖고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모든 공사 중단을 정부에 요청키로 했다.
이와 함께 도의회는 해군기지 갈등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 해법을 모색키로 했다.
이번 도와 도의회의 해군기지 건설관련 정책협의회의 합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제주해군기지 갈등 원인을 ‘정책결정의 하자’로 정리한 것이다.
다음은 그렇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 확보 등 도와 도의회가 갈등해소 작업을 벌이는 동안 모든 관련 공사 추진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도민이 공감할 수 있는 범정부적 역할 을 주문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해군기지 건설 관련공사 추진 중단 요구 이유는 ‘절차적 정당성 훼손‘에 있기 때문에 갈등해소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고 정부의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이 같은 도와 도의회 간 해군기지 정책협의회 내용은 ‘시간 끌기 용‘이거나 정부와 지난 도정에 책임을 떠넘기는 ’책임회피용‘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협의내용이 논리적 모순에 빠졌고 강정마을 현지의 현실 상황을 간과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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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 도의회 정책협의대로라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정부차원의 적절한 보상책이 마련된다면 해군기지 건설에 동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이는 도와 도의회 스스로 ‘논리적 모순의 덫‘에 걸렸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도와 도의회의 ’절차적 정당성 훼손‘ 주장은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한 법원의 결정‘과 상반된 것이어서 그렇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화)는 지난달 15일 “최초 사업계획은 무효지만 올해 3월 변경 승인한 계획은 적법하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강정마을 주민 400여명이 “제주해군기지 설립계획을 취소해 달라”고 국방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다.
당시 재판부는 “국방부가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고 2009년 1월 승인한 기본계획은 무효지만 해군이 이후 환경영향평가를 했고 도지사와 협의했으며 공청회 등을 통해 제시된 주민의견을 반영해 보완과정을 밟았기 때문에 사업진행은 적법하다”고 밝혔었다.
이로 미뤄 해군기지 건설 찬.반 입장에 관계없이 법리적으로만 봤을 때는 적법절차를 밟은 것이다. 도와 도의회가 주장하는 ‘절차적 정당성’ 논리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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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 도의회의 주장대로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됐고 이로 인해 해군기지 건설이 무산됐을 때 이미 집행된 막대한 주민보상비는 어떻게 회수하고 이로 인해 야기될 또 다른 엄청난 갈등은 어떻게 수습할지도 의문이다.
현재 해군기지 건설 부지 토지매수는 대상부지 54%인 15만1994m에서 협의가 이뤄져 233억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어업보상도 건수로 87%가 마무리돼 보상금 94억원이 지급된 상태다. 이를 원점으로 돌리기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도와 도의회 정책협의회는 이러한 모든 상황을 상정해 공통분모를 찾으려는 노력을 보여야지 무조건 공사 중단 요청으로 시간을 끌 일은 아닌 것이다.
솔직히 말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해군기지 문제를 보고 ‘경주 방패장’ 등의 전례에 따라 ‘제주해군기지 특별법’을 만들어 지역주민과 마을과 제주발전에 획기적 지원과 보상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 도와 도의회의 정책협의 결과는 갈등해소나 문제 해결방안이라기 보다는 임시방편적인 시간끌기로 갈등을 고착화시키고 문제해결을 장기화시키는 ‘하책(下策)중의 하책’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