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현재 경찰의 일선 지구대 파출소에서는 넘쳐나는 주취자들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장 바쁜 시간에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주취자들의 주요 유형을 보면 길바닥이나 도로에서 잠을 자는 행위, 지구대로 찾아와 욕설과 행패, 택시비 또는 술 값을 해결해 달라는 주취자, 가정폭력 행사, 이유 없는 난동 및 타인과의 시비·다툼, 공무집행방해, 술을 마신 후 차량을 주차해 놓은 곳을 잃어 찾지 못하자 차량이 없어졌다며 찾아달라는 주취자, 사소한 기초질서 위반 등 일선의 지구대 파출소는 주취자들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저녁시간 지구대 파출소에는 주취자와 관련된 민원이 약 80%~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취자 1명을 처리하는데 경찰관은 최소 2명 이상 최소 30분 이상은 소요되고 있는 실정으로 이는 다른 급한 곳에 출동을 지연 시키고 범죄사건 처리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 경찰관들의 업무처리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실정이다.
며칠 전 필자는 술에 취해 기억을 잃고 길거리에 쓰러졌는데 주머니에 넣어 둔 지갑과 손가락에 끼고 있던 소중하고 값비싼 결혼반지를 잃어 버렸다는 피해신고를 접수하였는데 너무나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음주와 가무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이라 그런지 전날 만취해 난동을 부렸어도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등 술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는 유난히 관대한 사회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주취자 처리와 관련한 법률이 제정되어 단순 주취자는 본인 동의 하에 일단 귀가 시키고 거부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줄 경우 강제력을 동원하여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인권논리를 내세우는 관련부처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주취자 처리와 관련된 법률제정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술로 인해 삶의 활력소와 함께 스트레스 해소, 대인관계 등 긍정적 작용도 있겠으나 정도를 넘어선 음주가무는 자신의 가족과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고 술에 취해 이성이 흐트러진 상태라 할지라도 법을 어기면 안 된다는 법 준수의식이 절실히 필요하며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 낭비, 자신의 가족과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주취자 문제를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주취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조속한 제정, 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 종 배
제주서부경찰서 노형지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