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더위도 식힐 겸 컨벤션센터와 중문관광단지 일대를 자주 산보한다. 서귀포의 대표적 관광지인 이곳에는 밤이면 부부간에 혹은 아줌마들끼리 걷기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따금씩 지나가는 운동족들 외에 사람들의 모습은 드문 편이다.
고창후 서귀포시장은 서귀포의 발전방안을 모색하기위한 자문기구로 ‘비전 21’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귀포시의 발전 방향은 과연 어느 쪽인가.
제주시는 서귀포시에 비해 인구도 많고 밤 문화가 그나마 살아 있는 편이다. 서귀포시가 제주시와 같이 인구를 크게 늘리고 밤이 되면 불이 꺼지지 않는 불야성의 도시로 만들 생각인지, 아니면 자연환경을 위주로 한 생태관광지로 개발할 것인지 먼저 결정돼야 할 것 같다. 일부 야간 관광은 제주시에 맡기더라도 서귀포에서는 해양 레저 스포츠와 올레길을 활용해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슬로우 시티로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과 경쟁력이 있다.
슬로우 시티라고 해서 무조건 낙후된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초고층 빌딩만 짓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고 현재의 조건을 활용해 개발하자는 것이다. 번지점프는 어떨까. 그리 큰 비용도 들지 않고 부부나 연인을 위한 추억거리가 될 수 있다.
해외 특히 열대의 섬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스노클링도 있다. 한국에서 스노클링을 할 만한 곳을 찾아보니 강원도, 인천, 경남 통영이 소개되고 있다. 물고기만 있다면 어디나 할 수 있다는 스노클링을 제주도에서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관광 상품 아닌가. 하와이의 경우 스노클링을 특정 지역에 한정해서 특정 시간대에만 허용하고 있다.
물고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최적의 자연환경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살이 세어서 적합하지 않다고 단정하지 말고 서귀포시에서도 물고기를 어떻게 모으고 겨울에는 어떻게 시설을 관리할 것인지 해외 사례에 대한 연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컨벤션 센터 주변도 어두컴컴한 관광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컨벤션 센터 주변 그 넓은 대로에 포장마차가 늘어선 야시장이나 먹자골목이 만들어 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태국 방콕의 카오산거리는 전 세계 배낭여행족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도 이곳에서 부담 없이 간단한 별미를 즐기고 온갖 소품들을 구경하며 시간 가는줄 모른다. 방콕을 여행하는 목적 중의 하나가 카오산 거리를 보기 위해서라는 여행자들도 많다.
북경의 왕푸징 먹거리 야시장은 어떠한가. 놀고 쉬고 새로운 영감을 위해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국적인 먹거리와 볼거리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제대로 된 야시장이나 값싼 포장마차 먹거리 골목하나 만들지 못한 서귀포시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서귀포 주변의 섬에 동물이나 열대 식물 공원을 조성한다면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 특색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섬과 섬을 다리로 연결해도 명물이 된다. 환경오염과 관련법 문제가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밀어붙여 왔던 대규모 개발을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어디 있을까 싶다.
서귀포시는 고창후 시장 취임이후 공무원들을 상대로 시정발전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워크숍을 개최했다. 하지만 야시장이나 번지점프 같은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았다.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애쓰자는 정도의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고 있다.
번지 점프나 스노클링, 야시장 조성 등에 대해 서귀포시청에 물어봤다. 관련과에서는 어디 투자 할 사람이 있으면 알려달라거나 자신들의 소관은 아니라거나 한 술 더 떠 지역경제와 관련되니 지역경제과에서 할 일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혹은 해양수산과에서 해야 될 것 같다고.
관광 컨텐츠, 예를 들어 먹거리 또는 볼거리는 한 순간에 만들기 어렵다. 그지역 사람들이 수천년동안 몸에 익혀 온 것을 손님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서귀포시 공무원들이 우리에게는 내 놓을 음식이나, 팔 것이 없다고 벌써 포기하지는 않았는지 걱정된다.
서복과 같은 세계적인 장수도시 콘텐츠를 내버려두고 올레길 하나에 헉헉대는 민망함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시민들의 관심과 함께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김 종 현
기획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