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종씨의 시집 '물의 법문'
문영종씨의 시집 '물의 법문'
  • 고안석
  • 승인 2010.07.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밀짚모자 쓴 바람이 건반을 두드리는 소리에
아이는 바짓가랑이로
물구나무 서는 바다를 보고 있었다.
물갈퀴 달린 바람이 팔랑개비 돌리며 오고 있었다.
아이는 풍선을 바닷바람을 채우고 있었다.
물소리가 물냄새에 취해 물가로 잦아지고 있었다.
바다가 긴 꼬리를 감추고
구름이 낮아지는 곳으로 흐르고 있었다.
개들이 풀려 나오고 있었다.
(<물빛아이>중)

문영종씨가 <물의 법문>이라는 시집을 펴냈다.

언어의 순수함을 이용해 자신만의 순수한 마음을 책 속에 글이란 매개체를 통해 담고 있지만 그 의미는 표면적인 내용처럼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물의 법문>이란 제목처럼 언어의 이면에는 시적 영감을 가져다준 매개물을 비유한 다소 철학적인 내용들을 함축하고 있다.

바다는 물과 대지라는 유무형의 존재를 연결하는 인자로서, 바다는 곧 죽음이라는 무형적 요소와 삶이라는 유형적 요소의 이미지를 갖게된다.

바다는 제주사람에게는 삶의 근원이자 목표이고, 인간에게 있어 바다는 같은 의미를 갖는다. 바다는 또한 이와는 반대되는 죽음이란 이미지도 갖는다.

하지만 <물빛아이>에서의 바다는 물구나무 서는, 꼬리를 감추는 바다다. 다소 유희적인 표현이다.

즉 작가가 어린시절 보고 느꼈던 바다란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놓고 있다.

삶과 죽음이란 무거워 보이던 바다란 이미지를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 소년의 눈을 통해 자신과 똑같은 존재로 환원시켜 버렸다.

문 씨는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와 한국해양대학을 졸업한 후 15년 동안 선상생활을 했다.

문 씨는 1978년 <물빛아이> 시가 월간문학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시인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다.

현재 제주작가회 회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