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양성우)는 7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했다.
마종기의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를 시작으로 10권의 도서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추천 작가 등의 글을 통해 알아본다.(편집자 주)
마종기 시작(詩作)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의 첫 장을 열면 저자의 서문에 시선을 두게 된다.
내가 낳지도 않고, 평생의 절반도 살지 않은, 그러나 언제나 내 삶의 중심에서 나를 지탱해준 조국, 세상의 모든 비바람을 피해 늘 의지해온 내 조국에게 오래 다져온 사랑과 그리움으로 이 책을 삼가 바칩니다
작가에게 조국은 모국어라고 했던 이는 얼마 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이다.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시인에게 조국은 더욱 더 모국어일 터이다.
이 말에 비추어 본다면 시력 50주년을 맞이해 출간된 이 책을 조국에게 바친다고 했으니 결국 이 책에 들어있는 시와 에세이들을 그는 한국어에게 바친다고 쓰고 있는 거라고 나는 읽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인은 1966년에 이 땅을 떠나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간절한 이정표 같은 아름다운 시들을 썼다.
그는 내가 시를 안 썼으면 아직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을 숨긴 채 스스로 선한 50편의 시에 담담하게 시의 뒷이야기를, 혹은 시가 탄생하기 이전의 이야기를, 시가 지어지는 바로 순간의 이야기를 시 옆에 펼쳐놓았다.
격렬하고 비통하기도 한 그의 자전을 통해 우리 굴곡 많은 현대사의 형편들을 알게 되는 것과 동시에 국경 너머의 세계를 접하다 보면 어찌된 셈인지 외국에서 평생의 대부분을 살고, 외국어를 일상어로 쓰면서 모국어로 수백 편의 시를 써 온 그를 통해 오히려 한국어의 정서와 그늘과 뿌리와 소슬함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그에게 모국어는 두고 떠났던 그 모든 것들의 영혼을 대신하는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고, 그에게 시를 쓰는 일은 또 하나의 시간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 모국어로 살아가는 삶 그 자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랬기에, <하룻밤을 더 모으면 이슬이 고일까,/ 그 이슬의 눈을 며칠이고 보면/ 맑고 찬 시 한편 건질 수 있을까,/ 이유 없는 목마름도 해결할 수 있을까.-이슬의 눈 中에서>와 같이 투명한 시를 우리가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슬은 아침이 되어서야 맑은 눈을 뜨고 간밤의 낙엽을 아껴 준다고 쓰는 한 시인의 시력 50년을 기념해 엮은 오십 편의 시와 50 편의 이야기가 이 여름의 더위를 누그러뜨려주기를.
(자료제공=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