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연말연시
  • 고창일 기자
  • 승인 2004.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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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광고는 불경기를 의식한 내용이 자주 나온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장들에게 힘을 주는 카피가 많다.
어깨가 축 처진 남편 옆에서 ‘외로워도 슬퍼도’로 시작되는 ‘캔디’주제가를 부르는 아내.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자나요’로 용기를 북돋는 가족.

일찍 출근, 짧은 점심시간, 잦은 술자리, 늦은 퇴근 등으로 몸을 혹사하는 장년의 직장인에게도 몸을 돌보라는 충고의 말도 잊지 않는다.
명퇴, 구조조정 등 살벌한 단어는 이미 일상화됐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봉급생활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불경기라는 괴물 앞에 선 이 나라의 많은 가장들은 겨울이 오면 부담스럽기 만 하다.

12월에는 크리스마스 등으로 돈이 평소보다 더 필요한 반면 주머니 사정은 쌀쌀해지는 날씨와 다름이 없는 탓이다.
그래도 가족이 있고 꽁꽁 언 몸을 녹일 자기 집을 가졌으면 다행이라고 여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제주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연말을 앞두고 성금이 모이지 않아 한숨만 짓고 있다.
지속되는 불경기로 차마 ‘불우이웃을 돕자’는 말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지난 9월 동부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인한 수재민 돕기를 10~11월에 걸쳐 추진한 이 단체는 ‘차마 부담을 줄까봐’ 성금을 또 내라고 하기가 민망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이는 액수 등이 지난해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단체가 모은 불우이웃돕기성금은 소년소녀가정, 저소득층 가정 등에 나눠진다.
그들은 그 돈으로 쌀과 생필품을 사고 연탄 등 겨울철 난방을 준비하게 된다.
제주도의 경제고통지수가 전국 두 번째로 서민들의 근심이 나날이 깊어지는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어려움을 나누는 ‘수눌음’ 정신이 있다.
1억원을 가진 사람이 내는 100만원은 1%에 불과하지만 만원을 지닌 사람이 주는 1000원은 10%다.
액수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누려한다면 이 세상은 좀 더 따뜻해지리라 믿는다.
좋은 일을 하는 공동모금회 직원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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