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결국 헤어지는 날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평범한 삶의 진리 중의 하나일 것이다. 거의 7년이라는 기간을 칼럼을 써오는 동안 독자들과 함께 하면서 큰 보람을 느껴왔는데, 오늘 마침내 독자들과 헤어져야 할 시간을 맞이하였다.
처음에 칼럼을 쓰게 된 것은 강정만 편집국장님이 소설연재를 검토하다가 지면 증면계획이 변경되어 소설연재는 어렵게 되었으므로 대신 칼럼을 써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여 칼럼을 쓰기 시작하였다.
처음으로『제주타임스』에 칼럼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04년 8월 11일자부터였으며 제목은 ‘협상능력의 중요성’이었다. 그 첫 문장에서 인생은 갈등의 연속이라고 서두를 열었다. 유연한 협상이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논지이기도 했지만 당시에 CEO 참수장면 퍼포먼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들어 있었다.
칼럼을 쓰면서 제주사회의 모습과 국제사회의 모습을 투영시켜서 바라보려고 노력하였다. ‘석유문제’에 대하여서는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허리케인과 나이지리아 내전이 석유 가를 인상시켰을 때 제주도의 시설농가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세계정세의 파급효과를 검토하였다.
‘러시아에서 온 피아니스트’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세계가 급속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과거에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가 제주에서 피아니스트로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러시아에서 온 피아니스트 타마라 에싸오울렝코는 제주에서 취업비자가 만료되어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제주를 천국처럼 느낀다고 말하였다. 제주사람들이 친절을 베풀어서 제주에 머무는 모든 외국인들이 타마라 에싸오울렝코처럼 좋은 감정을 느끼도록 한다면 그것이 바로 훌륭한 민간외교일 것이다.
‘결혼해서 제주도민이 된 사람들’에서는 제주로 시집온 이들을 소중한 딸처럼 여기고 다정하게 대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국제결혼을 한 다문화가족들을 따뜻하게 포용하는 세계평화의 섬이 되어야 한다.
‘양성평등과 출산율’에서는 선진 20개국이 실증분석을 한 결과 양성평등의 문제가 출산율 제고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나타났으므로 우리사회도 양성평등을 위한 노력을 더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신장위구르족’에 대하여서는 대부분의 세계분쟁에서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인 민족차별의 문제를 거론하였다.
인종과 민족을 뛰어넘어 인류는 하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세계평화는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여러 가지 쟁점과 화제에 대한 주장과 비평에 공감을 느끼는 독자들도 있었을 것이고 마음에 차지 않은 독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 사이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대부분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칼럼원고를 담당하던 이순정 편집부차장과 한애리 기자께도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현실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알 속에 있는 것과 같다. 새로운 세상을 보기위해서는 현실이라는 알을 깨고 매서운 바람과 맞서고 뜨거운 햇빛을 직시하여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Abraxas)라고 한다.” 독일의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철학자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아프락사스(Abraxas)를 삶과 죽음, 저주와 축복, 참과 거짓, 선과 악, 빛과 어둠 등 양극적인 것을 포괄하는 신성이라고 말하였다.
알을 깨뜨리고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딛는 도전과 개척정신으로 이 지면을 떠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독자들의 가정에 행복이 충만하기를 빌며 아울러『제주타임스』의 발전을 기대한다.
강 병 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