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간 부동산 투기세력 ‘된서리’
시.군 ‘연접규제’ 법적 타당성 얻어
1-2심 ‘다른 선택’...결국 ‘공익우선’
중산간 지역 대규모 분할 토지(임야)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난개발 방지 등을 위해 건물신축을 위한 산림형질변경을 허가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행정행위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따라 현재 제주도내 각 시.군이 ‘중산간 훼손 예방 및 난개발을 막기위한 지침’으로 시행하고 있는 대규모 분할토지 개발 억제책인 이른바 ‘연접(連接)개발 규제’대책이 법적 기반을 갖게 됐다.
이와 함께 이번 판결은 실질적으로 건물을 신축할 경우 산림형질변경 면적 기준을 건물 바닥면적 뿐만 아니라 정원면적 등을 포함한 대지전체 면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최근 북제주군이 고법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산림형질변경불허가처분 소송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분쟁의 시작
윤모씨(원고.61.경기도 광주시)는 20여 년 동안 소유해 온 구좌읍 송당리 산128번지 임야 4만4330㎡와 송당리 산129번지 임야 3만8083㎡ 등 2필지 임야 8만2413㎡를 2000년 21필지로 분할했다.
윤씨는 이들 임야 가운데 일부 면적에 대해 주택 신축 및 도로 조성용으로 산림형질변경허가를 받은 뒤 21필지의 임야를 다시 57필지로 분할했다.
윤씨는 이후 이처럼 쪼갠 임야를 원고 중 1명인 박모씨(56.서울특별시)를 비롯해 26명에게 매각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소유로 남겼다.
윤씨 등은 2002년 12월 자신들의 임야(전체 면적 4만2249㎡) 가운데 건축을 위한 건물 바닥면적(이른바 ‘신청면적’) 1만1220㎡에 대해 산림형질변경허가신청서를 북군(구좌읍)에 접수시켰다.
북군은 신청면적이 1만1220㎡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이들이 소유한 임야 전체 면적이 4만2249㎡여서 국토이용관리법(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로 바뀜) 규정(준농림지역에서는 ‘부지면적’ 3만㎡ 이상일 대 각종 시설.건축물 등을 설치할 수 없다)에 따라 산림 형질변경을 불허했다.
▲우여곡절 소송
북군의 불허처분에 불복한 토지주 27명은 북군이 불허 근거로 내세운 국토이용관리법상 ‘부지면적’은 실제 건물이 들어서게 됨으로써 산림형질이 변경되는 신청면적(1만1220㎡)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문제는 산림형질변경 허가기준인 국토이용관리법상 ‘부지면적’을 실제 건축이 들어설 건물 바닥면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건물주들이 소유한 전체 임야면적으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1심 재판부인 제주지법 행정부는 지난해 7월 신청면적(건축물 바닥면적)으로 산림형질변경허가가 난다고 해도 원고들이 소유한 나머지 면적은 마당 등으로 이용돼 실질적으로 사후 산림형질변경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 임야면적 전체를 ‘부지면적’을 판단했다.
재판부는 산림형질이 변경되지 않아 이들 토지 소유자에게 재산권 침해라는 불이익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지만 개발이 규제될 경우 제주도 중산간 환경 보호 및 난개발 방지라는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인 광주고법 제주부는 올 4월 “계획상에 신청되지 않은 면적까지 부지에 포함해야 할 근거가 없는 만큼 ‘부지면적’은 실제 건물이 들어서는 ‘건물 바닥면적’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후 북군은 중산간 난개발 방지 및 투기세력들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연접개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1, 2심때와 달리 전문 변호사를 선임, ‘최후의 일전’을 벌여 승소판결을 이끌어 냈다.
▲힘 실리는 ‘중산간 보호’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최근 중산간 지역 난개발과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비등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앞으로 중산간 지역의 임야를 대규모로 사들인 뒤 여러 필지로 분할, 전원주택용 등으로 매도하는 ‘투기성 거러를 억제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중산간 지역 부동산 투기와 난개발 방지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취하고 있는 중산간지역 토지(임야) 지적분할 제한조치에도 탄력을 불어넣는 등 지자체의 중산간 환경 보호 정책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판결은 중산간 지역 임야에서 필지당 면적이 3만㎡ 이하라도 필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개발된 토지와 붙어 있는 토지(이른바 ‘연접토지’)에 대해 개발을 제한하는 지자체의 ‘연접개발 제한조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