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月色花色不如 吾家族和顔色
[나의 생각] 月色花色不如 吾家族和顔色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月色花色不如 吾家族和顔色
(달색 꽃 색깔이 비록 곱다 한들 내 집 식구 웃는 얼굴색만 하랴)

1월 11일 표선면에 첫 발령을 받아 “공무원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제일 먼저 주어진 업무는 버스승차대 관리였다. 아직 공무원으로서 새내기인 나에게 지금까지 하루하루는 배움의 과정이자,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업무를 배워가며 버스를 이용하는 마을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버스승차대를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이번에 새로이 기존 계절화 대신 에메랄드 골드라는 측백 종류의 상록관상수와 송엽국을 같이 식재하여 버스 승차대 환경정비를 하게 되었다.

하루는 사무실에 들어와 업무를 처리하는 도중에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었다. 편지 안에는(달색 꽃색깔이 비록 곱다한들 내집식구 웃는 얼굴색만 하랴)는 한시와 함께 승차대 화분을 정비하시느라 수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표선면의 버스승차대를 이용하시는 한 주민께서 기존과 다른 버스승차대 화분을 보시고, 격려해 주시는 감사의 편지였다. 승차대 관리업무를 하며 느낀 점을 실행에 옮긴 작은 일이었는데, 이렇게 격려의 편지를 받으니 보람도 있고, 기쁜 마음도 들었다.

지금 제주의 승차대 주변에는 다양한 계절화가 식재되어 관광객들에게는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로움, 그리고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고 매년 4회씩 교체할 경우 화분정비에 많은 예산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꽃을 감상할 수 있는 시기 또한 매우 한정적이라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그와는 다르게 표선면의 버스승차대 화분은 이용객들에게 잠시나마 사시사철 은은히 변해가는 계절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새롭게 조성되었다. 그 결과 기존 버스승차대 화분보다 반응도 좋고, 계절화를 주기적으로 교체하지 않음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와 더불어 관리도 편리해지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비록 화려하고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시민의 마음을 느끼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고, 더욱 분발하여 아름다운 표선면 만들기에 노력하는 공무원이 돼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러나 아직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시민의 무관심과 잘못된 인식 탓에 빈번하게 승차대가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버스승차대는 단순히 버스를 기다리는 공간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만남의 장소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잠시 쉬어가는 쉼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시민의 의식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더 나아가 행정기관에서 설치한 시설물이기 때문에 깨끗한 이용에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지역주민의 의식 또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시민의 이런 작은 의식변화가 모인다면 제주특별자치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다시 찾고 싶은 제주도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명  정  민
서귀포시 표선면사무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