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꼬리가 개를 흔들면?
[세평시평] 꼬리가 개를 흔들면?
  • 제주타임스
  • 승인 201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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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꼬리가 개를 흔들면 어떻게 될까? 꼬리로 몸통을 흔드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가능하다면 몸통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 중상을 입게 될 것이다. ‘비 본질’이 ‘본질’을 해하게 된다는 말이다. 요즘 소문에 소문으로 이어지는 새 도정 인사여론의 이런 모습이 겹쳐 보인다.

지금 새 도정의 자기 쪽에 줄서지 않은 공무원들에게 제재(制裁)인사를 한다는 소문 때문에 공직사회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헛소문이기를 바란다. 헛소문은 터무니없이 과장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방선거는 한 사람만을 고르는 미인 선발 대회와는 다르다. 미인 선발대회는 당선된 미인 한사람의 마음만 잘 쓰고 행동을 잘하면 끝이다. 그러나 선거당선인은 한 개인을 뽑는 것이 아니라 기존 조직에 리더를 뽑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 리더가 선거논공행상(論功行賞)으로 자신의 안경으로 인사 검증까지 하겠다는 것은 ‘개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이다.

요즘 시중에는 6·2 지방선거후에 제주 시장은 누구누구이고 서귀포시장은 아무개로 약속되었으며, 00공기업, 00 단체장은 누구이고, 누가 승진되고 누가 좌천되고 하는 시시콜콜한 소문의 무성하다. 이런 소문을 잘 검색하면 책임자는 ‘양의 탈’을 쓴 양인지 아니면 ‘양의 탈’을 쓴 이리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제주에서는 인사 후에 거의 알 수 있다. 물론 행정에는 인사와 예산의 통치수단인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새로 당선된 리더는 자신의 안경에 맞춰서하는 인사는 과거 봉건왕권정부의 매관매직(賣官賣職) 과 다를 바 없다.

왜냐하면 도정의 운영이란 혼자 4년간 마라톤을 뛰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 당선된 리더가 재임기간 동안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서 ‘제 눈에 안경 식’으로 고르는 인사는 조직을 망치는 인사다. 또 선거켐프에서 당선에 도왔다는 이유로 ‘코드 인사’나 ‘회전문인사’처럼 전리품을 나누고 ‘왕의 남자’를 챙기는 심정으로 자리를 주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과거 지나간 말이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는 말을 했다. 인사만 잘되면 모든 일이 잘된다는 의미다. 정치에는 인사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말도 된다.
지금 정권도 최초 인사를 한 후에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라며 조롱 섞인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제는 국민들의 공조직을 보는 눈높이는 과거와는 백팔십도 달라졌다.

공조직에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영화를 보면 안다. 영화 한편이 성공하려면 주연만 좋아서 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스토리가 좋아야하고 조연 역할도 중요하며, 하다못해 ‘엑스트라’도 유능한 사람을 써야한다. 하물며 지역 주민을 다스리는 ‘정보와 경제’ 전쟁이라는 지방정부 운영이라면 더 말해 무엇 하랴, 지방 단체장 한사람 덜컥 뽑아놓고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선 ‘숨은 그림 찾기’처럼 인사 때마다 보은 인사다, 뒷거래 인사다, 하는 하마평이 무성해서야 어떻게 타 지역과 경쟁하며 선진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어느 도시나 어느 지역이나 발전은 수장 혼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하는 것이다. 조직의 책임자는 지역발전은 시스템이 하는 것이다. 라는 확고한 자기 확신을 가져야 한다.

확신이 없을 때 사람들은 흔히 독선적이 된다. 그리고 자기안경을 기준으로 하는 인사는 한계를 넘어선 인사다. 한계를 넘어선 인사는 인사가 아니고 망사(亡事)다. 한계를 넘어선 정의도 이미 정의가 아니다. 일찍이 마크 트웨인은 “그릇된 정보(위선)를 확인하고 저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곧이 곧 대로의 진실을 말해버리는 것이다”라고 갈파한 적이 있다. 이 말이 일리가 있다면, 인사에 불이익을 받은 자는 곧이 곧 대로 조직의 아웃사이드(outside)에 알려야한다. 그것이 조직을 위하고 주민을 위하는 길이다.

인사권자는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판단을 요하는 인사기준을 능력, 서열 등으로 간단하게 단순화해 버리면 자기 합리화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무책임하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언론, 특히 인사를 평하는 프로그램은 이 역설적 경구의 깊고 깊은 의미를 늘 마음에 새기고 일에 임해야 한다. 꼬리가 개를 흔드는 동안 멍드는 것은 결국 그 꼬리의 뿌리인 몸통이고 몸통은 주민이기 때문이다.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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