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시장 公募의 허구성
한고조(漢高祖) 유방은 “장량, 소하, 한신이 있었기에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들 세 사람의 뛰어난 지략(智略)과 오묘한 경략(經略)과 걸출한 무략(武略)을 알고 등용했기에 천하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을 올바로 알고 쓰는 용인술이 통치 기술’이라는 전언이다. 그래서 오늘은 인사이야기다.
6·2지방선거 후 우근민 도지사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가동되면서 도인사에 대한 설왕설래가 어지럽다. 군불도 때지 않았는데도 이미 차려진 밥상은 진수성찬이다.
시장공모(公募)원서마감전인데도 제주시장에는 ‘3K’가 거론되고 서귀포 시장에는 ‘3K+알파’가 이야기되고 있다.
그래서 시장공모의 허구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미리 시장을 낙점해 놓고 들러리 후보를 내세워 마치 공모절차를 밟는 듯 ‘생쇼’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인 것이다.
“인재를 널리 구하고 사심없이 중용하겠다“는 인사권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떠도는 생쇼론(論)은 그동안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뒷거래 인사, 보은인사 등 부정적 파행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해 동원되는 인사권자의 꼼수가 ‘공모’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리더의 조건은 인사 능력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 했다. 1992년 1월1일,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지연이나 학연, 혈연 등에 얽매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이면 과감히 기용 할 생각”이라고 조각인사 원칙을 밝히면서 했던 말이다.
그랬던 YS는 정작 ‘즉흥인사’ ‘깜짝 인사’구설로 인사를 망사(亡事)로 만들어 버렸지만 ‘인사는 만사’라는 말은 지금도 인사 시스템의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겨지고 있다. 어떤 조직에서건 인사는 그만큼 중요하고 막중한 책임을 동반하는 것이라는 일깨움이다.
사실 훌륭한 리더의 조건으로 만사의 근본인 인사능력을 꼽는 이들이 많다. 좋은 인재를 잘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이다. 아부 성 인물이나 충성도 등 정실을 배제하고 능력위주로 사람을 뽑아 쓸 줄 아는 용인술이다.
그렇다고 업(業)을 이루는 데 기여한 측근을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충성도 깊은 부하를 곁에 두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선거후의 논공행상(論功行賞)도 조직관리 테크닉의 한 축이다.
그렇지만 상을 주고 측근을 다독거리는 것과 중요한 자리에 인재를 골라 다스리는 것은 다르다. 상을 내려 충성심을 묶어 둘 수는 있지만 능력 없는 맹목적 충성심은 조직에 약이 아니라 독(毒)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인사에 측근배제 원칙이 강조되는 이유다.
‘우도정 인사’에 뜨거운 관심
근세 일본의 뛰어난 리더의 한사람으로 평가받는 도쿠가와(德川家康) 인사정책의 키포인트는 “꽃은 줘도 열매는 주지 않는다”는 것이라 했다. 공(功)있는 자에게 상(꽃)은 주지만 아무리 생사를 같이했던 창업공신이라도 관리능력이 없으면 절대 요직(열매)을 주지 않았다.
워싱턴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다. 정부요직에 두 후보가 거론됐다. 한 사람은 친구요 다른 한 사람은 정적이었다. 대통령은 정적을 택했다. “나라를 경영하는 데는 정리(情理)보다 능력있는 정적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진(晋)나라 평공(平公)의 신임을 받았던 조무(趙武)도 명에 따라 천하요지 지방장관으로 자신과 원수사이나 다름없는 인물을 천거했다. “원수지간은 개인의 문제이며 장관추천은 공적 문제다. 공적 문제에 사감(私感)을 개입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지럽게 역사적 사례를 꿔다 쓰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공평무사 인사원칙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함이며 우근민 도지사 당선인의 인사정책에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었으면 하는 뜻에서다.
그렇지 않아도 ‘편 가르기 인사나 선거와중에 내 쪽에 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복 인사를 할 것’이라는 황당한 이야기가 공직사회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그래서 ‘우도정 인사정책’에 대한 관심은 뜨겁고 무겁다. ‘우근민 당선인은 한 때 스스로를 ‘인사의 달인’이라고 했던 적도 있었다. 눈 크게 뜨고 지켜 볼 일이다.
김 덕 남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