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행위로 한라산 중산간 지역 경관훼손 우려가 있을 때 건축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건축주의 건축계획심의 신청을 반려한 행위는 법적으로 다툴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따라 지난해부터 제주도내 각 시.군이 건축위원회를 통해 주요 도로변 등지에 대해 사전 건축계획심의(경관심의)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어서 관심이다.
특히 이번 판결은 건축위원회가 심의를 마친 뒤 건축여건이 부적합 할 경우 건축행위가 부적합하다는 내용을 건축주에게 반려하는 행위의 ‘성격’을 분명하게 규명한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판결로 시.군 건축위원회 역할이 또한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고법 제주부(재판장 이홍훈 제주지법원장)는 최근 1심 선고결과에 불복해 제주시가 김모씨(54.제주시 연동)를 상대로 항소한 ‘건축계획심의반려처분 청구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판결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건축위원회의 ‘반려통지’는 소송의 대상인 ‘(해정)처분’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이 사건 청구 자체를 각하했다.
그런데 이번 법원의 판결은 이같은 ‘법률적 쟁젼을 떠나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재판부는 이처럼 외형적으로는 건축위원회의 심의기능이 직접 민원인의 권리를 방해하거나 침해하는 ‘처분’이 아니라며 소송 자체를 각하했으나 그 이면에는 건축행위가 실제 이뤄질 경우 한라산 중산간 지역이 불가피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이 사건의 발단이 된 건축 예정지가 한라산 해발 560m 어승생 수원지 인근 목초지 여서 이곳에 건축허가를 내 줄 경우 중산간 일대에 대한 건축규제가 크게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재판부는 김씨의 건축예정지가 건축행위를 위해 필수적인 하수관 시설지역과 1.6km 떨어져 있어 하수관거 시설이 사실상 곤란한 지역에 건축허가를 내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제주도-제주시 ‘엇박자’...불신자초
이 사건 발단은 2002년 10월로 거슬러 간다.
당시 김씨는 1100도로 해발 560m 지점인 제주시 노형동 산 14-7번지 일대 임야 8249㎡에 휴양펜션을 설치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주도에 제출했다.
제주도는 이 과정에서 제주시의 반대를 무시하고 김씨에게 사업을 승인했다.
제주시는 당시 김씨가 신청한 지역이 경관보전지구인 점과 이곳에 건축행위가 이뤄질 경우 난개발로 인한 중산간 초지잠식 및 경관훼손이 불가피 하다는 이유로 사업자체르 반대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당시 이를 무시한채 일방적으로 사업승인을 내 줬다.
김씨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7월 해당 사업지구에 연면적 1202㎡ 규모의 숙박시설을 건축하겠다면서 건축계획 심의를 신청했다.
이후 제주시 건축계획위원회는 건축계획심의 대상구역에 포함된 김씨의 건축계획을 심의, 김씨가 계획하고 있는 건축예상지역은 초지경관이 우수한 지역일 뿐만 아니라 건축이 들어설 경우 경관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크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제주시 건축계획 위원회는 이에 따라 김씨가 신청한 곳은 건축위치로 부적절하고 자연경관훼손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이에 따라 이 소송사건은 김씨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한 뒤 상고한 것인지 아니면 건축허가 불허를 문제삼아 새로운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 ‘분쟁’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제주도와 제주시가 ‘불협화음’을 냄으로써 행정불신을 자초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두 기관 모두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