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대 제주도의회가 내달 출범한다.
지난 6·2지방선거를 통해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진 제주도의회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의회 구성이 완전히 달라져 변화가 예고되는 점은 기대되는 측면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전체 의석 41석 가운데 민주당이 비례대표 2석을 포함해 18명을 당선시키면서 제1당으로 올라섰다.
반면 제8대 의회에서 21석으로 과반을 넘었던 한나라당은 12석에 그치며 제2당으로 전락했다.
여기에 민주노동당 2석, 국민참여당 1석, 무소속 3석, 교육의원 5석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어느 특정 정당이 도의회를 좌지우지할 수 없는 구도가 됐다.
지난 시절과 같은 일방의 독주가 아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초선 비율이 60%에 달하는 데다 30~40대의 젊은 피도 20여명이나 수혈돼 이번 도의회는 이전과 달라질 수 있는 충분한 토양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원 구성’ 변화의 척도
그러나 새로운 인물의 대거 입성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이들이 지방정치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경험 부족으로 도정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종전처럼 힘겨루기로 의정을 낭비하는 구태를 되풀이할 소지도 있다.
당장 원 구성이 향후 도의회 운영 방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다수당이 된 만큼 도의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고삐를 바짝 죌 것이 뻔하다.
의장단 선출과 관련해 민주당은 40대의 문대림 의원을 전반기 의장 후보로 합의추대했다.
민주당은 의회 운영의 안정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제외한 다른 소수당에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싸고 비한나라당 대 한나라당의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자칫 개원 초장부터 세력간 힘겨루기가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재보다 잿밥에 눈독을 들이는 모양새는 도민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6·2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는 한마디로 변화다. 도의회는 원 구성을 원만히 이뤄내는 것을 시작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에 화답해야 한다.
초지일관의 자세 필요
과거를 되돌아보면 도의회 입성 초반에는 대부분의 초선들이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 열정이 4년간 지속되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초선들의 ‘새바람’이 오래 지속됐으면 한다. 임기 마지막까지 초지일관하는 의원들이 많아야 지방의회의 역량이 더 한층 강화된다.
도의원들의 활동 여하는 도민들 일상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장과 더불어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양대 수레바퀴이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새 도지사를 맞아 도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도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도의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집행기관의 거수기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굵직한 현안 해결이나 갈등 조정자로서의 역할, 그리고 집행부에 대한 견제 활동과 합리적인 정책 대안 제시 등 도의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지역사회가 발전한다.
도의원들은 각자 도민의 대표자임을 명심해야 한다. 도민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당리를 떠나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도의회에 새바람이 일고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 경 훈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