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되어 내려다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어릴 적 누구나 한 번 쯤은 하늘을 무리지어 나는 새를 보며 어디든 원하는 대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새의 자유를 부러워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동심 어린 생각에 앞서 철새들에 의해 전파될 수 있는 질병을 걱정해야만 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실제로 닭, 오리와 같은 가금류 전염병의 방역 관리에 있어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과거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의 역학 조사 결과에서도 이동 철새가 주 감염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의 월별 발생 빈도를 살펴보아도 철새가 이동하는 10월부터 다음해 2월이 가장 위험한 때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철새는 농가에서 사육하는 가축과는 달리 이동 통제를 할 수 없어 서식처로 추정되는 곳에 대한 지속적인 예찰, 검사 외에는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역 관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데 있다.
이러한 철새 이동에 따른 질병 전파의 위험성은 비단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충남 서산, 전남 곡성 등 전국적으로 총 301건의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이 보고되었으며 언제 다시 고병원성인플루엔자가 발생할지 모를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작금의 상황 속에서도 제주도는 지난 3년간 지속적인 근절 정책으로 악성가금전염병인 뉴캣슬병 청정화를 선언하는 등 가축전염병 청정지역으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따라서 대내외적인 이미지 향상을 위해서라도 철저한 방역 관리는 필수이다.
다행히 제주는 섬으로, 타 지역과의 차단 방역에서 상대적으로 효과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철새에 의한 가금 전염병 전파를 막지 못한다면 모든 노력이 무용지물인 것이다. 철새 예찰에 대한 관찰과 관심의 부족함을 해결해야 한다.
행정당국과 방역기관의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철새 예찰·관리 계획 속에서 농가의 사육 가금류와 야생 조류의 직접적인 접촉 차단, 적극적인 소독관리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또한 폐사 야생 조류 발견 시 일반인의 신고도 가금 전염병 방역 관리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 하였다. 가축 전염병은 가축을 기르는 농가만의 문제로써 끝나지 않는다. 건강한 가축의 사육을 통한 이익 창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청정 축산물 생산 그리고 가축 전염병 청정지역으로서의 이미지. 이 모든 것이 농가, 제주도민 그리고 행정당국의 지속적인 노력과 협동 속에서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이제는 다 같이 멀리 내다볼 줄 아는 날카로운 ‘새의 안목’이 필요한 때다.
윤 정 식
제주동물위생시험소 방역관리계 공익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