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안방이 된 듯 하늘색 물결이 넘실거리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 역사를 만들고자 했던 태극전사들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7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에서 진행된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B조 두번째 경기에서 박주영의 자책골을 포함, 이과인에게 해트트릭을 내주는 등 1-4로 무릎을 꿇었다.
전반 종료 직전 터진 이청용의 만회골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그리스전을 완승으로 이끌고 세계랭킹 6위의 아르헨티나까지 넘겠다던 한국의 기세는 이로써 한풀 꺾이게 됐다. 이날 패배로 승점 3점을 유지하게 된 한국은 오는 23일 열리는 나이지리아전에서 16강 진출 여부를 가리게 됐다.
어쩔 수 없이 '선수비 후역습'을 할 수 밖에 없는 경기양상이었다. 뚜껑을 열어보자 아르헨티나의 전력은 한층 강했다. 리오넬 메시, 카를로스 테베스, 곤살로 이과인 등 선수 개개인의 빼어난 개인기는 물론 팀 플레이까지도 빈틈이 없었다. 메시는 한국의 수비수 4,5명을 단박에 제치며 슈팅을 날렸고 테베스는 거친 몸싸움으로 한국의 협력수비를 돌파해냈다. 이과인은 문전 앞에서 최고의 결정력을 뽐내며 해트트릭을 기록, 이날 최고의 골잡이로 등극했다.
아쉬운 것은 아르헨티나의 첫 골이 한국 박주영의 자책골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전반 15분께 한국의 오범석은 앙헬 디마리아를 수비하다 반칙을 범해 상대에 프리킥 찬스를 내주게 됐다. 프리킥을 찬 것은 메시. 메시는 골 지역으로 정확하게 공을 날렸고 이는 문전 앞 혼전중 박주영의 오른다리 정강이를 맞고 그대로 한국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버렸다. 통한의 자책골이었다.
한국은 재빨리 분위기를 추스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전반 33분 또 한번 상대에 골을 내줬다. 막시 로드리게스가 올린 공을 문전에 있던 마르틴 데미첼리스가 헤딩으로 받아 건너편 이과인에게 연결했고 이과인은 방아찧듯 헤딩골로 결정을 지었다.
0-2로 전반을 마감하려던 찰나 한국의 소중한 만회골이 터졌다. 주인공은 이청용이었다. 한국의 천금같은 골은 정성룡의 골킥에서 시작됐다. 전방으로 길게 찬 정성룡의 골킥을 박주영이 헤딩으로 이어 받아 문전에 떨구자 이를 아르헨티나의 수비 데미첼리스가 가져갔다. 하지만 공을 잡고 우물쭈물 하는 사이 뒤에서 전광석화같이 뛰어든 이청용이 이를 빼앗아 골문으로 툭 차넣었다.
전반 종료 직전 나온 이청용의 만회골로 한국은 후반 들어 어느정도 안정을 찾았다. 후반 12분 결정적 골찬스도 잡았다. 박지성이 중원에서부터 재빠르게 드리블해 치고 들어온 뒤 오른쪽 측면에서 달려오는 염기훈에게 패스했다.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은 염기훈은 이를 받아 바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옆그물을 맞아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들어 골을 만회하려는 듯, 한국은 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이는 후반 추가골을 내주는 독이 되고 말았다. 한국의 공격이 무위로 끝난 후반 31분 아르헨티나는 곧바로 역습을 시도했다. 왼쪽 측면을 빠른 속도로 드리블 해 들어간 메시는 의 날카로운 슈팅을 정성룡이 한차례 막아냈지만 볼을 다시 잡은 메시가 또 한번 슈팅을 시도했다. 이는 왼쪽 골 포스트를 맞고 나와 반대편으로 흘렀고 문전으로 달려든 이과인이 툭 차넣으며 팀의 세번째 골을 넣었다.
세번째 골을 허용한 뒤 4분 뒤 이과인은 또 한번 문전 앞 헤딩골로 골문을 출렁이며 이번 월드컵 최초로 해트트릭을 기록하게 됐다.
[노컷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