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2선거 때 우근민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러닝메이트’를 두지 않았다. 즉 제주시 및 서귀포시 행정시장 임용 예정자를 예고하지 않았다.
때문에 우근민 후보는 제주도지사로 당선되고 나서야 취임식 날인 오는 7월 1일 두 행정시장을 임명키로 했다고 한다. 그것도 전국 공모(公募)에 의해서 말이다.
지금 도민들은 행정시장 공모가, 더구나 전국을 대상으로 한 공모가 참 뜻 대로 최적의 인물을 구하고자 함인지, 아니면 구색 갖추기 용인지 매우 궁금해 하고 있다. 특히 선거를 치른 직후 첫 인사 기용이란 점에서 도민들의 관심이 더욱 큰 것 같다. 겉으로는 전국 공모라 해 놓고 속으로는 선거 때 줄선 지도층에 대한 논공행상식(論功行賞式) 인사기용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 듯하다. 그럴 경우 낙마 응모자는 들러리를 선셈이 된다.
이런 우려는 결코 도민 탓이 아니다. 이제까지 민선 4기에 걸친 모든 도정이 선거 줄서기 인물을 중심으로 우대인사(優待人事)를 해 왔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우려일 수도 있다.
만약 도민들의 우려대로 우근민 도정의 첫 행정시장 기용마저 줄서기 논공행상 식이 돼 버린다면 ‘행정시장 전국 공모’라는 행정 행위는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7월 1일부터 출범할 우근민 도정은 앞으로 4년간 숱한 공무원, 산하 공기업-단체장들의 산적한 인사의 짐을 짊어지고 있다. 때문에 곧 있을 첫 행정시장 임명은 바로 우근민 도정의 ‘인사 떡잎’이 된다. 싱싱하고 건강한 떡잎이 될 런지, 혹은 맥 풀린 짓 누런 떡잎이 될 런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후자가 된다면 앞으로 있을 대규모 공무원 인사도 도민 대통합과는 거리가 멀게 될지도 모른다.
우근민 당선자는 과거 총무처 인사과장과 인사국장을 지낸 인사의 달인이다. 그리고 다섯 번이나 제주지사 직을 맡게 됐고 또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마음도 비웠다. 이번 임기야말로 대의(大義)를 위해 4기 도정을 거치면서 고질병이 된 제주도의 파벌인사, 줄서기 인사를 쾌도난마(快刀亂麻) 할 절호의 기회다. 이것이 우근민 당선자가 후보시절 늘 얘기하던 ‘대통합’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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