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세상은 현모양처가 최고의 삶의 가치로 여겼던 가정문화는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던 옛날 동화 속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지금의 험한 세파를 표방하듯, 부부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생존 경쟁에 배겨나기 힘든 세상이다.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새내기 부부들은 거의가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과장된 말이 아니다.
이런 맞벌이에 따른 가정의 역기능은 요즘 우리사회의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고 있다.
직장의 어렵고 경제의 어려움은 젊은 부부들의 삶의 형태도 가지가지다. 요즘 아기를 보아주는 보모를 둔 가정은 아기에게 수면제를 먹이지 못하도록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가정도 생겨나고 있다.
또 가정마다 형편에 따라 워킹(working)주부(主婦), 전업주부(主夫)들이 탄생되고 있다.
며칠 전 미국 워싱턴포스트지 인터넷 판에 우리 ‘워킹주부’ 기사가 보도되었다.
“출산을 미룰 만큼의 높은 스트레스를 갖는 한국부인 (with pressures high, south korea women put off marrige and childbirth)”이라는 타이틀로 보도 되었다, 내용은 이렇다.
‘워킹 주부’ 황명은(36)씨의 사연은 광고회사 상무로 일하는 그가 지난달 중순 한 지하철 무가지에 ‘아침마다 이별하는 여자’라는 광고형태의 편지를 게재한 것이 계기였다.
출근길마다 ‘곰 세 마리가 한집에 있어…’ 동요를 부르며 발길을 잡는 다섯 살 아들을 떼어놓고 나와야 하는 ‘워킹 주부’의 아픈 심정을 절절히 담아낸 내용의 편지다.
그는 이어 또 다른 무가지에 가정과 일터를 병행하느라고 ‘나쁜 며느리’ ‘나쁜 아내’ ‘나쁜 엄마’가 된 자신을 솔직하게 ‘나는 나쁜 여자입니다’라는 고백서가 젊은 부부들의 가슴을 찡하게 한 것이다. 이 고백서 ‘I am a bad women’가 미국 WP지에 났다.
일하는 엄마의 육아 고충이 방송을 타면서 더욱 유명해졌고 사회이슈가 되었다.
이 화제의 주인공은 폐렴에 걸린 아이 간호문제로 남편과 다툰 후 ‘워킹 주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꿔 보려고 1000여만원의 자비로 시작한 ‘자기고백’이 나름대로 결실을 거둔 셈이다.
당초 익명으로 게재돼 그렇고 그런 ‘티저광고(호기심을 유발해 제품을 알리는 기법)’처럼 보였다.
그러나 언론 취재망에 잡힌 황씨가 굳이 이름과 얼굴을 숨기지 않겠다고 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는 것이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원죄처럼 안고 사는 ‘워킹 주부’들의 한숨소리가 그래도 사회의 따뜻한 눈빛을 받고, 사람 사는 냄새를 만든 것이다.
이 워킹 주부의 어린자식과의 애틋한 삶의 감성도 아주 좋은 삶의 여백이지만 직장이 없어서 가정 살림을 전부 맡아서 하는 전업주부(主夫)의 하소연도 장난이 아니다.
고시를 공부하다가 포기하고 당분간 집에서 전업주부(主夫)를 하는 30대 후반 친족 젊은이의 말이다.
‘직장인은 출근해서 퇴근까지 전력을 투구하면 그만이지만 주부의 일은 시작이 있을 뿐 끝이 없지요.’ 자신은 지금 돈 한 푼도 벌지 못하는 형편이므로 가정 살림과 육아를 맡겠다고 아내와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키려고 집에 들어앉았다고 했다.
그런데 마음은 편치 못 할 뿐 아니라 일손이 보통이 아니라는 하소연이다. 제일 큰 문제는 늦게 오는 아내도 걱정되지만 자신의 자존심이란다. 이건 사회의 큰 흐름이고, 거스를 수 없는 시류다.
앞에서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의 ‘워킹주부’ 기사 마지막 부분에 나온 말인데, ‘전업주부(house husband, stay at home dad)’가 영국과 미국에서도 20만명과 16만명을 넘어 섰다고 한다.
언젠가 TV 프로그램 ‘퀴즈 대한민국’에서 40대 남성 전업주부가 퀴즈달인에 입상한 것을 본 기억이 있다.
남성 전업주부들은 이제 우리사회의 한축이다. 더 이상 허구가 아닌 현실이다. 통계연보를 찾아보니까 전업주부가 작년기준 17만9000명이다. 2003년도 10만6000명인데 매년 중가하고 있다.
이는 여성경제활동이 증가되고 부부간에도 소득에 따라 배우자 역할이 바뀌어 질수도 있다는 신호다.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 ‘연두게시판’에서 남학생 563명에게 ‘결혼 후 아내가 충분히 돈을 번다면 전업주부로 살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37.1%가 “그렇다”고 대답 했다. 이것은 남녀평등의식이 높아지는 결과다.
고려 사이버대학교에서 조사한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 가정관리 노동시간은 맞벌이 가정은 4시간이고 비 맞벌이가정은 24분이다.
요즘 집에서 청소하고 밥하면서 직장이나 친구를 만나러 간 아내를 기다리는 전업주부(主夫)를 ‘우렁각시’ 라고 하는 모양이다.
‘우렁각시’로 살아야 할 팔자라면 지금부터라도 요리학원과 시장 보는 법 등의 ‘훈련시간’ 을 늘려서 주부(主夫)스펙을 높여 사랑받는 남편이 되는 것이 최선책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