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의 목표만을 향해 인격이며 예의고 모두 저버린 채 단말마(斷末魔)적 사투를 벌인 선거가 끝나고 환희와 비탄의 레일만 깔린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승자 패자 유권자 모두 선거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냉정함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아울러 선거 결과에 대해 공동의 책임으로 이제부터 서로 돕지 않으면 모두 패자가 되고 말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지루한 대립과 갈등의 선거 후유증을 잘 극복하여 하나로 가는 일이다. 당선자는 기쁨에 넘쳐 축하 받기에 여념이 없고, 낙선자는 실의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양분된 모습의 폐해는 엄청나다.
2009년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사회적 갈등에 따른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27%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를 빗대어 보면 생각이 다르고 세대가 달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마음의 절실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당선자 측은 낙선자 측에 위로를 보내고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 그 치열했던 선거전 갈등의 골을 허물어야 한다. 특히 패자가 슬픔이나 분노를 앞세워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반(反)민주주의 자세로 맞선다면 그 것은 주민의 선택에 대한 배신이라 할 수 있다.
선거 후유증에 대한 주민의 불안도 적지 않다.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유권자에게도 굳은 표정을 풀고, 상생의 화합을 선언해 마음 상한 이들을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또한 당장 냉엄하게 경계해야 할 게 있다. 그 동안 선거전에서 기여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공 다툼을 하거나 그럴듯한 명분과 낯빛으로 ‘전리품’을 탐하는 주변 사람들이다. 이들을 과감히 배척하지 않으면 출발부터 한발 짝도 나아가지 못할 수가 있다. 지방선거가 가져온 그간의 난맥상이 측근이니 실세니 하는 사람들의 전횡에서 비롯됐음을 명심하고 ‘대탕평’ 선언도 요구된다.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지만 무한경쟁사회에서 중요한 승리요인은 사회구성원의 일치단결하는 힘에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사사롭고 작은 감정이나 일에서 탈피하여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차원에서 참여하고 수용하여야 함을 강조하는 바이다. 과거 선거 후유증을 회상하며 국제화시대의 지도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아(大我)를 추구하며 대담하게 나가는 지혜도 필요하다.
어찌 보면 다양성시대에 사회통합이 어렵고 불가능하다고들 하지만 그건 그렇지 않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지향하는 목표와 방법이 같을 때에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갈등은 상호적이므로 상대를 위해서 생각하고 베푸는 자세가 요구된다. 승자와 패자 유권자 모두가 하나 되어 서로 협력할 때 제주도는 몰라보게 발전할 것이다.
강 영 봉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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