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전 6시부터 투표가 시작됐다. 오후 6시까지다. 이번 6·2지방선거의 제주지역 선거분위기는 혼탁이 극에 달했었다.
편 가르기와 상대비방과 흑색선전, 금품선거 의혹, 공무원 줄 세우기와 사회지도층 인사의 선거개입 등 제주의 역대 선거사상 가장 타락한 선거운동이라는 평가가 대체적 시각이다.
정책이나 정당대결보다는 패거리 정치와 세 불리기에 올인 함으로써 후보자들에 대한 자질이나 능력검증은 그만큼 소홀해 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제주 지사 선거와 관련한 혼탁과 과열 양상은 선거후 제주사회를 갈등과 분열로 얼룩지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선거후유증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심각해 질것이라는 걱정인 것이다.
전직도지사의 선거개입, 전 대학 총장과 제주지역 대학교수들이 편을 갈라 특정후보 지지선언이나 상대 쪽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등 지식인 사회의 부끄러운 행태도 노골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편 가르기 지지선언에 대학생과 장애인, 중소상인, 1차 산업 종사자들 까지 편을 갈라 이리저리 분열함으로써 그야말로 이전투구(泥田鬪狗)의 혼탁 상을 보였다.
2
그렇다고 투표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투표포기는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며 국민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선택할 후보자나 지지할 정당이 없다고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최소한 선거공보물이라도 통해서 후보자들의 면면과 정책을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거기서 보다나은 후보자를 선택하는 소중하고 당연한 권리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정치는 믿을 것이 못된다”고 욕이나 하면서 투표를 포기하거나 “진정한 일꾼을 찾을 수 없다”고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것은 스스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격을 던져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금만 신경을 써서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후보자들에 대한 선택기준을 택할 수 있을 것이다. 부도덕한 전력의 소유자, 개인의 욕심만을 위한 탐욕자, 실현 가능성 보다는 포퓰리즘 공약이나 나열하는 후보자, 자질과 능력에서 떨어진 무능력 무소신 무책임 등등 평가항목은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망설여진다면 후보들이 선거 공보물에서 제시한 공약을 통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을 골라낼 수도 있을 것이다.
3
그러기에 매니페스토 운동본부의 제주지사 후보들에 대한 ‘공약 평가’는 후보선택에 나름의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매니페스토 운동본부는 31일 도지사 후보 3인에 대한 공약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고희범후보의 공약은 A등급이 7.5%, B등급 55.0%, C등급 35.0%, D등급 2.5%로 나타났다. 무소속 현명관 후보의 경우는 A등급 20.0%, B등급 70.0%, C등급 10.0%로 평가 됐다. 무소속 우근민 후보는 A등급 12.5%, B등급 32.5%, C등급 32.5%, D등급 20.0%, F등급 2.5%로 평가 됐다.
이 평가만 봐도 어느 후보의 공약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투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번 투표는 4년 만에 온 한번 뿐인 기회다. 앞으로 제주사회 미래와 도민의 삶, 지역발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소중한 기회인 것이다. 꼭 투표를 해야 할 이유다. 투표장으로 가야 할 이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