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에 다녀 온 적이 있다.
미국에 살고 계신 큰 누님 덕에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다니면서 많은 감탄을 하였고 시민들의 교통질서에 대한 의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첫째로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 대한 통행방법이다.
내가 갔던 곳은 대로를 제외하고 심지어 편도 2차로, 왕복 4차로의 교차로에도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단지 ‘STOP'라는 교통 표지판만이 네 방향으로 세워져 있을 뿐이었고 사람들은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정지선에 멈춰선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와 비슷하였다. 하지만 다음순간 우리 앞 차가 교차로를 통과하는데 누님은 교차로에 진입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 곳에서 꼬리물기는 발견할 수 없었다. 차량 한 대가 교차로를 통과하면 그 뒤 차량들이 따라가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교차로에 일단 정지하고 다른 방향의 차들이 한 대씩 통과하기를 기다리고 자신의 순서가 되어야 통과를 하는 것이다. 교차로를 통과하기 위해 차량이 진행하는 도로에 조금씩 차량 앞 부분을 밀어넣으면서 사고의 위험을 야기시키는 우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둘째로 스쿨버스에 대한 통과방법이다.
스쿨버스 통과 방법이라고 하니 무슨 소리냐고 할 것이다. 하루는 누님이 운전을 하고 가는데 매형이 앞에 스쿨버스가 있다면서 다른 방향으로 우회해서 가자는 것이다. 무슨 소리인지 몰라 누님에게 물어보니 스쿨버스가 정차해서 학생들이 내릴 때에는 스쿨버스 왼쪽 면에 붙어있는 ‘STOP’간판이 펼쳐지면서 스쿨버스와 진행방향이 같은 차량은 물론 반대편 차로의 차량이라도 스쿨버스 앞?뒤로 일제히 정차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다 내려 ‘STOP’간판이 접히고 스쿨버스가 출발하면 그 때 차량들이 진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았으나 그에 대한 불만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응급차량에 대한 통행방법이다.
응급차량에 대한 통행 방법은 스쿨버스 통행방법과 비슷하다. 일반 상황에서는 다른 차량들과 같이 진행을 하지만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싸이렌을 울리면서 진행하게 되면 차량들이 서행을 하면서 인도 쪽 차로로 차선을 변경시킨다. 그리고 룸미러 등으로 응급차량이 시야에 들어오면 차량이 정차를 한다. 심지어 도로변에 있던 대형호텔의 주차관리를 하는 사람이 도로에 나와 경광봉으로 1차로에서 진행하는 차량들을 인도 쪽 차로로 차선을 변경하게 지시를 하고 운전자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지시에 따르는 것이였다.
얼마 전까지 일선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나에게는 신기한 모습이었다. 한 번은 내가 싸이렌을 울리면서 신고출동을 나가다가 좁은 골목길에 다다랐다. 차량이 양쪽으로 주차되어 있어 차량 한 대가 겨우 통과할 정도였는데 내가 싸이렌을 울리면서 도로 중간까지 진행하였을 때 반대편에서 차량 한 대가 들어왔다. 순찰차가 싸이렌을 울리면서 진입을 하고 있으나 이 차량은 후진해서 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마이크를 들고 ‘지금 출동중이니 차량을 좀 이동해 달라’고 이야기를 하였음에도 이 차량은 이동을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내가 후진을 하여 다른 곳으로 우회해서 출동 간 경험이 있었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언급한 세 가지 교통질서는 문화의 차이로 보기보단 ‘개인이 아닌 우리’라는 의식에 더 큰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자녀, 내 손자?손녀의 안전과 우리 자신에게 닥칠 수도 있는 응급 상황을 생각하며 내가 먼저 교통질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며 마음의 여유를 갖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고 진 수
제주서부경찰서 경무계